신문로

1980년대 노동자, 이 시대의 청년

2026-04-09 13:00:01 게재

민주화의 분수령을 이룬 1980년대 이야기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학생운동 내부에 민중 주체 역사관을 날카롭게 새겨넣었다. 학생운동 주체들은 자연스럽게 산업화와 함께 거대한 집단을 형성한 노동대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수많은 학생운동 주체가 다투어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노동대중은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순응적 삶에 길들어져 있었다. 그들에게 저항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했다. 학생운동 출신 노동운동가들은 소수의 선진 노동자들을 규합해 노동자 계급이야말로 진정한 역사의 주인이며 그들 안에 세상을 바꿀 잠재력이 깃들어 있음을 깨우쳐 주었다. 노동현장 곳곳에서 거대한 폭발의 도화선이 될 불씨들이 만들어졌다.

그러던 중 1985년 서울 구로에서 대폭발을 예고하는 구로동맹파업이 일어났다. 동맹파업은 수많은 사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지만 군사정권의 야수같은 탄압으로 어렵사리 만든 민주노조들은 잇달아 파괴되어 갔다. 노동운동가들은 실의에 빠져들었고 향후 상당 기간 민주노조는 꿈도 꾸기 어렵다고 보았다.

불과 얼마 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1987년 6월민주항쟁이 승리로 결론 나자 노동대중은 이어진 7, 8, 9월 3개월 동안 전국적인 파업 물결을 만들어냈다. 파업의 물결 속에서 일거에 수천개의 민주노조가 만들어졌다. 노동대중은 한국 사회 민주화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잡았다.

정체의 늪에 빠진 한국 사회 돌파구는 어디

이제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한국 사회는 정체의 늪에 빠져 있다. 최태원 회장의 언급대로 한국 제조업은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고, 같은 기간 생산성은 정체와 퇴보를 반복했다. 14년째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 정체상태에서 벗어날 혁신동력은 어디에서 확보할 수 있을까? 결론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시피 청년세대다. 그동안 청년세대는 어렵사리 진입한 노동시장에서 초급 단계 공정을 담당해 왔다. 바로 그 공정을 ㅇ닌공지능(AI)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청년세대는 기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으로는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년세대에게 열려 있는 출구는 사실상 하나밖에 없다. 폭발적인 창업의 세계다. 1980년대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역사의 무대로 진출했다면 이 시대 청년들에게 주어진 경로는 창업이다.

AI 시대에 부응해 기성의 세계를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산업,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방식을 선보이는 혁신 창업이다. 파업과 창업은 기존 틀에 갇히기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일치한다.

여전히 회의적 분위기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를 향해 질타를 퍼붓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이웃 중국이다. 최근 중국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이제 한국인에게 중국은 혁신의 기운이 넘쳐나는 나라로 비치고 있다. 혁신의 원동력은 하루 1만건에 이르는 폭발적인 창업이다. 그 중심에 2030 청년들이 있다.

다수의 인사들이 현지 방문을 통해 눈으로 확인했다시피 중국 첨단산업을 이끄는 주역은 2030 청년세대다.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애지봇은 그중 한 예다. 애지봇은 화웨이 엔지니어 출신 펑즈후이가 2023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시장에 제품을 던져놓고 데이터 피드백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는 과감함을 보여왔다. 2025년 기준 직원 평균 나이 32세다. 임원 평균 나이도 34세고, 창업자의 나이 또한 33세다. 말 그대로 혈기왕성한 청년 기업이다.

정체 돌파는 청년 창업에 달려 있다

한국 청년이 진취성과 창의성에서 중국 청년보다 못할 리가 없다. 한국의 청년세대는 세계인을 경탄케 한 촛불혁명의 주역 아니던가! 문제는 창업 환경에 있다. 한국의 청년 창업 환경은 방금 태어난 어린애가 혼자 밥 챙겨 먹다 굶어 죽기 딱 좋게 되어 있었다.

청년 창업 폭풍이 일어나자면 환경이 180도 바뀌어야 한다.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정부는 청년 기업에 투자하면서 엄격한 조건을 부과한다. “실패해도 좋으니 과감하게 도전하라! 소심한 태도는 용납 못 한다!” 이재명정부가 새로운 출발을 알리면서 내심 기대를 걸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박세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