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중동전쟁 2주 휴전과 에너지 절약

2026-04-09 13:00:46 게재

미국의 대대적인 이란 공격 시한을 불과 한시간 여 앞두고 ‘2주 휴전’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휴전 발표 직후 “세계 평화를 위한 위대한 날”이라고 자평했고 이란도 최고 국가안보회의 성명을 통해 “2주간 휴전에 동의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종전 조건을 두고 두 나라가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란에 대한 우라늄 농축 허용,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 통제 등 여러 문제에서 당사자 간 입장차는 여전하다. 최악의 확전을 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오는 11일부터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될 향후 종전 협상에서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우려된다.

실제로 전격적인 2주 휴전 합의가 발표된 뒤에도 중동 곳곳에서는 포성이 이어졌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은 제외라며 공격하자 이란은 휴전협정 위반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확전 피했지만 정전 협상에서 갈등 재점화 가능성

이번 잠정 휴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그동안 막혔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일정 수준 재개돼 국내 원유 수급 여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카타르의 가스 시설 파손 등으로 차질을 빚었던 LNG 공급망이 숨통을 틔우고 수입 물가 하락과 기름값 안정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박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대기 중인 선박이 무려 2000여척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 선박 26척이 2주 이내에 모두 해협을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행료 지급 문제 등 해결해야할 난제들도 남아있다. 이번 휴전이 새로운 지역 안정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폭풍 전야의 소강상태에 불과할지 아직 미지수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단기 휴전보다 장기 전망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번 중동전쟁이 조기에 종전되더라도 국제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3달러로 회복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전쟁 중 현지 에너지 공급기지가 대거 파괴돼 이를 복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당장은 절약과 효율화로 버티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어 보인다. 에너지 저소비와 고효율화는 에너지 위기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특히 에너지 절약은 거창한 설비투자보다 일상적인 사용 습관 변화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데도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다소비저효율 국가다. 전력소비가 많은 산업구조가 문제지만 에너지 절약에 둔감한 탓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지난 10년간 에너지 소비를 연평균 0.2% 줄였는데도 우리나라는 오히려 0.9% 증가했다.

정부는 이번 석유파동에 대비, 사상 처음으로 원유에 대한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는 한편 8일부터 전국 공영주차장에 차량 5부제를 도입하고 공공기관 차량 5부제를 2부제(홀짝제)로 강화했다. 또한 2분기(4~6월) 전기요금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되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전기 공급이 많아진 낮 시간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가격이 가장 높았던 낮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을 ㎾h당 최대 16.9원 인하하는 대신에 가격이 낮았던 밤 시간대 요금은 5.1원 인상, 16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동차 가전 식품 등 주로 주간에 시설을 가동하는 산업과 조업이 유연한 기업은 수혜를 입을 전망이나 석유화학, 철강 등 24시간 설비를 풀가동해야 하는 장치산업은 원가 압박이 불가피하게 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보완조치로 산업용 야간요금 인상 유예를 희망하는 기업에 대해 6개월의 준비기간을 줄 계획이다.

정부는 또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 이로 인해 전기 잉여 지역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개편이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밀한 분석과 정책적 보완책이 뒤따라야 하겠다.

중동전쟁의 에너지 위기 기회삼아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해야

고유가 시대를 헤쳐가는 방법으로는 원유와 석유가스 공급원 다변화, 국제유가 연동 유류세 체계 도입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은 에너지를 아껴 쓰고 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작금의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기치 아래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간의 균형 잡힌 믹스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모색돼야 하겠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