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45 여수 사도 둘레길

사라진 공룡의 남은 발자국이 사람들 불러

2026-04-10 13:00:10 게재

백악기 한반도 남부 지역은 공룡 왕국이었다. 연구자들은 몽골 지역에 살던 공룡들이 사막화로 살 곳이 없어지자 한반도 일대로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남 여수의 섬 사도는 멸종한 공룡 흔적을 보러 온 사람들로 다시 활기를 찾았다. 사진 섬연구소 제공
여수의 섬 사도 일대는 한반도 공룡들의 최후 서식지였다. 사도 인근 섬들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은 모두 3546점. 백악기 후기인 8100만년~6500만년 사이의 지층에서 발견된 것이다. 추도에 1759점, 낭도에 962점, 사도에 755점이 남아있다.

이 일대 섬들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이 중요한 이유는 육식 공룡의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육식공룡의 발자국 화석은 드물다. 게다가 이들 섬에서는 육식 공룡과 초식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골고루 발견되어 더욱 의미 깊다.

공룡 화석들 덕에 우리는 지구에서 공룡이 어떻게 살다 갔는지 알 수 있다. 공룡의 섬답게 사도 선착장 입구에서는 거대한 공룡 조형물이 여행자를 압도한다.

사도는 면적 0.36㎢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평지와 낮은 구릉뿐이니 섬이 오랜 세월 물에 잠기지 않고 어떻게 남아 있는지 신비롭기까지 하다.

농토가 없어서 전적으로 어업에 의지해 살던 사도 사람들은 1959년 한반도를 강타한 사라호 태풍 때 큰 피해를 입었다. 많은 배가 파손되고 인명피해도 컸다. 그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뭍으로 이주해 갔고 오랜 세월 바다가 두려워 어업 활동을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섬은 그렇게 아주 소멸해버리는 듯했다.

다시 사도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이 섬의 선주민이었던 공룡들 덕분이다.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사도는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 이제 트라우마를 벗어난 일부 주민들은 다시 어선을 부리기 시작한다. 멸종해버린 공룡들이 사도를 다시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도는 ‘모세의 기적’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해마다 정월 2월 4월 5월 보름 썰물 때면 사도 인근 바다도 진도 신비의 바닷길처럼 갈라진다. 이때는 사도와 추도 중도 장사도 나끝 연목 증도까지 7개의 섬들이 ‘ㄷ’자 모양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요즘 들어 사도 주민들은 걱정이 생겼다. 해수면 상승으로 물이 예전처럼 많이 빠지지 않는 까닭이다.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2월 영등사리 때도 바닥이 활짝 드러나지 않는다. 몇십 년 뒤에는 사도가 가라앉아 버릴까 걱정이 될 정도다. 사도와 추도를 이어주는 길목인 칫등 물도 예전처럼 많이 안 빠진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이들이 바로 섬사람들이다.

주민들은 사도의 자연환경이 변해가는 것이 안타깝다. 사도마을 앞 백사장은 모래가 좋았었다. 그런데 지금 선착장 부근 해변은 자갈밭이다. 큰 돌들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돌 구경하기가 어려웠던 곳이다. 모두 모래밭이었다. 선착장을 막으면서 모래가 유실됐다. 당장의 편리를 위해 미래 자산을 망쳐버린 경우가 어디 한둘이던가. 선착장이나 방파제도 조류의 흐름을 생각해 만들어야 마땅한데 환경에 미칠 영향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개발을 했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개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도에는 3.5㎞의 백섬백길 18코스 사도 둘레길이 있다. 만들어진 길이라기보다는 그저 사도의 도로를 따라 그대로 한 바퀴 도는 길이다. 공룡 발자국을 따라 사라진 공룡의 시대를 찾아 떠나는 산책길. 이보다 더 신비로운 길이 또 있을까.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