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소멸 막는 좋은 정책 수단, 고향사랑기부제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수단임은 분명하다. 정부가 지방 소멸 방지를 위해 동원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국세로 유입된 돈을 소멸 위험에 처한 지방에 할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계가 크다. 쓸 곳은 많은데 나라 곳간은 늘 곤궁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민이 세금 낼 곳을 직접 지정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자체 간 세금 이전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선택의 대가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인구 밀집 지역에서 감소 지역으로 돈이 흘러가게 할 수 있다. 이 접근방법에 따라 설계된 제도가 일본의 고향납세다. 세금 공제 혜택과 답례품 제공이 보상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향납세가 이룩한 성과는 눈부시다. 2024년 한해 동안 약 1조3000억엔, 우리 돈으로 12조원에 가까운 돈을 모금했다. 일본정부 일반회계 세입예산(약 72조엔)의 1.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본 고향납세를 참고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행정안전부가 잠정 집계한 2025년도 기부금 총액은 1500억원 수준이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수로 나누면 평균 6억1700만원을 모금한 셈이다. 기부금이 조금씩 늘긴 하지만 절대 금액이 너무 적다.
활성화 위해 강력한 촉진제 필요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하려면 강력한 촉진제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방법이 세제 혜택을 늘리는 것이다. 일본 고향납세는 본인 부담금 2000엔을 뺀 나머지 금액을 환급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지만, 한국 고향사랑기부는 10만원까지만 전액 공제되고 10만원 초과~20만원 이하는 44%만 혜택을 제공한다. 이렇다 보니 기부금의 9할 이상이 10만원에 묶여 있다.
이는 세액공제 기준을 상향하면 평균 기부 금액도 올라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제 혜택을 늘리면 그만큼 정부 재원이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역에 할당할 재정이 감소하게 되니 조삼모사가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렇지가 않다. 정부가 지역에 할당하는 돈은 대부분 사용처가 제한된 교부금이다. 지자체가 임의로 쓸 수 없도록 꼬리표가 달려 있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유입되는 돈은 법적 기준안에서 지자체가 재량껏 쓸 수 있는 자주 재원이다. 지역에는 절박한 필요에도 불구하고 재정 부족으로 손을 놓고 있는 사업이 차고 넘친다. 지정기부 방식으로 사업을 특정해 모금할 수도 있다. 재난 피해를 당한 주민을 돕거나, 취약계층의 자립을 지원하거나, 역사적으로 가치가 큰 유적을 보전하기 위한 모금 활동이 대표적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이 늘어나면 답례품 조달에 참여하는 소기업과 상공인이 증가할 것이고, 주민 소득이 늘어나 돈이 돌면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된다. 일본 민간 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금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모금액의 3배가 넘을 걸로 추정된다.
자치와 분권,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열쇠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면 전제를 무시한 상상력과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담대한 실천이 따라주어야 한다. 낡은 조리법으로 새로운 맛을 창조할 수 없듯, 중앙이 내린 지침과 훈령을 따르는 방식으로는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다. 지역과 지방이 사업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뜻이다. 자치와 분권은 고향사랑기부제 성공의 황금열쇠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