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애니악과 디지털 혁명

2026-04-13 13:00:06 게재

올해는 인류가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를 만든지 80년째 되는 해다. 인류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는 1946년 애니악(ENIAC)이라는 이름으로 2차세계대전에 사용할 포탄의 탄도 계산용으로 만들어 졌으나, 실제로는 종전 후 완성돼 기상연구, 수소폭탄 시뮬레이션에 활용됐다고 한다.

애니악은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활용한 현대의 컴퓨터와는 달리 진공관을 켜고 끄는 방식으로 2진법을 구현해 연산에 활용했다. 메모리 기능을 위해 저항 소자 7만개를 쓰기도 했고 그 7만개 소자가 오늘의 HBM으로 발전했다. 한국이 전세계 메모리 공급의 최상위에 서는 첫 출발점이기도 하다.

애니악 이후 80년간 컴퓨터의 기술과 성능 눈부시게 발전

애니악 이후 80년이 지나는 동안 컴퓨터의 기술과 성능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인류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컴퓨터는 사람과 대화하며 상호작용하고, 사람을 연결하기도 하고,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넥서스’에서 주장한다.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가 만들어진 지 겨우 80년이 되었다. 변화는 날로 가속되고 있으며 우리가 컴퓨터의 완전한 잠재력을 활용할 날은 까마득히 멀다. 컴퓨터는 아마 수백만년 동안 계속 진화할 것이고, 따라서 80년 동안 일어난 일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난 80년 동안 컴퓨터가 이루어 낸 성과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IBM은 1959년대 메인 프레임이라는 컴퓨터를 통해 큰 조직의 활동을 데이터화해 분석하고, 반복된 미래에 대한 효과적 준비를 할 수 있게 했다.

1970년대 스티브 잡스는 이런 거대 조직에서나 쓰던 컴퓨터를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퍼스널 컴퓨터를 만들어 가정용 컴퓨터의 시대를 열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컴퓨터를 활용한 게임 음악 영상의 보급·활용이 본격화되었고 인터넷의 상용화로 인해 컴퓨터가 연결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사람이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 즉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고 그 시작을 만든 사람도 아이폰의 스티브 잡스였다. 같은 시기에 클라우드 컴퓨터라는 개념이 만들어지면서 오늘날 AI 슈퍼컴퓨터의 전신인 클라우드 컴퓨터의 기술과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을 거쳐서 2020년대 AI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도 결국 컴퓨터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애니악 이후 진공관을 켜고 끄는 방식이 성능을 높이는 데 많은 한계를 가진 것에 비해 트랜지스터는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었다. 그 트랜지스터의 발명이후 계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전력, 신호 공급 및 감지를 위한 다양한 목적의 반도체가 개발되고 활용되어 온 것이다. 이렇듯 반도체와 컴퓨터는 마치 자동차의 엔진과 자동차의 관계처럼 서로 기술과 산업 발전의 중요 파트너가 되어서 지난 80여년간 인류 디지털 혁명의 총아로 자리 잡았다.

가까운 미래는 자율주행차와 로봇같은 컴퓨터 세상 될 것

오늘날은 AI 슈퍼컴퓨터이지만 가까운 미래는 ‘스스로 움직이는 컴퓨터’ 즉 자율주행차와 로봇 같은 컴퓨터 세상이 될 것이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큐빗으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 생명체 내부에서 작동하는 바이오컴퓨터, 우주 공간에서 작동하는 스페이스컴퓨터 등으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그 이후는 어떨 것인지는 사실 필자 정도의 역량으로는 한계에 직면한다.

80년전 애니악을 만들어 낸 과학자 기술자들은 오늘날의 초당 조단위의 연산 능력의 컴퓨터를 상상했을까? (애니악은 초당 5000번 연산을 했다고 한다) 그들이 상상을 못했어도 우리는 AI 슈퍼 컴퓨터를 작동시켜 클로드를 제미나이를 돌리고 있다. 이쯤 되면 컴퓨터를 연구하고 만들고 팔고 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어질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차정훈

전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