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00일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 가보니
‘쇼핑’ 아닌 ‘머무는 공간’…웰니스 콘텐츠로 2030 사로잡아
방문객 40만명 이끈 체류형 리테일의 힘
패션 매거진 콘셉트 식품관 매장 색달라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을 찾았을 때, 기존 백화점 식품관과는 전혀 다른 공기가 먼저 느껴졌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구매’보다 ‘체류’를 유도하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곳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이 공간이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개장 100일 만에 40만명이 방문했다는 수치는 현장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신세계가 새롭게 선보인 식품관 ‘트웰브’(TWELVE)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식품관이 상품을 최대한 많이 진열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구조라면 이곳은 오히려 ‘덜어내기’를 선택한 모습이다.
대표 상품을 하나씩 강조하는 쇼케이스 방식 진열과 색감 중심 연출은 마치 패션 편집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과일과 채소조차 하나의 오브제처럼 배치돼 있었다. 고객들은 카트를 밀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공간을 감상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공간의 중심에 자리한 ‘아고라’(Agora)는 이곳의 핵심이다. 약 100석 규모 공용 좌석이 배치된 이 광장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소비를 확장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인접한 델리 매장과 스무디바에서 구매한 음식과 음료를 들고 자연스럽게 이동해 머무르는 구조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음료 한잔을 받기 위해 30분 이상 대기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고 좌석 대부분이 채워져 있었다. 이는 ‘지나가는 공간’이 아닌 ‘머무는 공간’이라는 기획 의도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공간 설계 디테일이 더욱 두드러진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자연 채광이 깊숙이 들어오는 중정이다. 실내임에도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공간은 쇼핑 중간에 잠시 머물며 쉬어갈 수 있는 ‘도심 속 휴식처’ 역할을 한다.
특히 바닥에 사용된 핑크톤 테라조 타일은 기존 백화점에서 보기 어려운 색감으로 공간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 타일은 알갱이 크기와 분포를 미세하게 조정해 수십차례 샘플링을 거쳐 완성됐다. 공간 전체가 철저한 설계와 집요한 디테일 위에 구축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
상품 구성에서도 기존 식품관과의 차별화가 뚜렷하다. ‘웰니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건강과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콘텐츠가 전면에 배치됐다. 인삼 케일 햄프시드 등을 활용한 착즙 주스와 스무디는 단순 음료를 넘어 하나의 경험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델리 매장에서는 한식 기반 메뉴와 글로벌 요리를 조합해 개인 맞춤형 식사가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약 900여가지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은 ‘선택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6000여 종에 달하는 웰니스 그로서리와 다양한 PB 상품은 ‘건강한 소비’에 대한 수요를 정밀하게 겨냥한 결과다. 특히 단백질 식품과 저당 식재료 등 기능성 중심의 제품군은 청담 상권의 30~40대 소비자 특성과 맞물리며 높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 매출에서도 20~30대 비중이 42%에 달한다는 점은 이 공간이 젊은 소비층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상 1층으로 올라오면 분위기는 또 한 번 전환된다. 식품 중심 공간에서 벗어나 패션 주류 다이닝이 결합된 ‘취향 큐레이션’ 공간이 펼쳐진다. 남성복과 여성복 브랜드, 화이트 리쿼 전문매장, 프라이빗 레스토랑과 일식 다이닝 등이 유기적으로 배치되며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취향을 설계하고 제안하는 ‘편집형 공간’으로 기능한다.
현장에서 확인한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의 경쟁력은 명확했다. 첫째는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는 공간 설계, 둘째는 ‘웰니스’를 중심으로 한 상품 큐레이션, 셋째는 패션과 식품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리테일 구조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맞물리며 기존 백화점 식품관과는 전혀 다른 소비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결국 이 공간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를 중심에 둔 새로운 리테일 모델이다. 개장 100일 만에 40만명이 방문한 성과는 단순한 초기 효과가 아니라, 체류형 경험 소비로 이동하고 있는 유통 시장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읽힌다.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