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논의 없이 사법 3법 개정 유감”

2026-04-14 13:00:17 게재

법관대표들 “재판위축 방지대책 촉구”

새로운 의장에 강동원 부장판사 선출

조희대 “무거운 책임감… 방안 강구”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올해 첫 정기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달부터 시행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에 대해 충분한 논의 없이 개정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법관 대표들은 새로운 의장단을 선출한 뒤 이어진 토론에서 법왜곡죄 시행에 따른 형사법관들의 재판 위축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조희대 대법원장도 인사말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올해 첫 정기회의를 열고 재판소원제,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 등에 대해 “사법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을 초래할 수 있는 법률이 보다 폭넓고 충분한 논의 없이 개정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법관 대표들은 사법 3법 공포와 관련해 “사법부 신뢰 회복의 필요성에 대해 통감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다만 개정법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과 혼란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판소원으로 인한 분쟁의 종국적 해결 지연, 단기간에 대법관을 대규모로 증원하는 데 따른 인력 부족 등 사실심 약화, 법왜곡죄로 인한 무분별한 고소·고발과 정치적 악용 등으로 국민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법관 대표들은 특히 법왜곡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형사 법관들에 대해 부당한 고소·고발로 인한 재판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또 법관대표회의 산하 각 분과위원회에서 법왜곡죄 등 개정법의 문제점과 대책을 적극적으로 연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제안된 사법 3법 관련 의견 표명 안건은 이날 현장 발의와 구성원 10인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날 회의에선 전국법관대표회의 명의로 의견을 표명할지를 두고도 “이미 법이 시행된 상황에서 의견 표명이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과 “그럼에도 의견을 표명하고 공론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 표명을 하더라도 기존 제안된 안에 추가해 특정한 내용을 넣을지, 문구를 수정할지 여부 등을 장시간 논의한 뒤 수차례 표결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

회의에선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대한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법관대표들은 특히 재판소원이 시행된 상황에서 일선 법관들을 종전처럼 헌법재판소에 파견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다. 헌재에 파견된 법관들이 원치 않는 재판소원 업무를 맡게 될 때 거부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의도 나왔다. 사법부 내 재판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판소원 등을 이유로 헌재가 파견법관 증원을 요청하면 사법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물었다.

법원행정처의 답변은 원론적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에 파견된 법관이 현재 재판소원 업무를 맡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법관의 양심에 반하는 업무지시가 있으면 법원행정처에서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또 관련 법에 따라 헌재에 법관을 파견하고 있으며, 파견 인원은 계속 줄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모으는 기구로,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 130명으로 구성된다. 매년 2월 법원 정기인사 이후 대표 판사들이 새로 구성되며, 4월에 열리는 첫 정기회의에서는 의장 등 신임 집행부를 선출한다.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 신임 의장으로는 강동원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1기)가 투표 참석자 118명 중 79표를 얻어 선출됐다. 부의장으로는 조정민 인천지법·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 부장판사(35기)가 117명 중 110명의 찬성으로 선출됐다. 의장으로 선출된 강 부장판사는 2002년 사법연수원 수료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9년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원만한 성격으로 재판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공개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바는 없다.

의장에 입후보했다가 낙선한 송승용(29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사법부 현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이후 ‘조희대 대법원’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법관대표회의가 강 부장판사를 의장으로 선출한 것은 안정적인 운영 기조를 선호하는 법관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사법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법률들이 시행되면서 법관 여러분께서 느끼고 있을 우려가 클 줄로 안다”며 “이런 결과에 이르게 된 데 대하여 대법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법관 여러분께 불안과 걱정이 가중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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