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하정우 공천 밀당’…갈등신호인가 전략카드인가

2026-04-15 13:00:25 게재

민주당 부산북구갑 후보 영입 추진에 하 수석 ‘모호’

“대통령, 나가라 마라 안 해 … 인지도·몸값 올리기”

‘조국혁신당 통합’·‘대통령 사진 지침’ 논란 재소환

국회의장·원내대표·당대표 선출 앞 당청관계 주목

이재명 대통령 발언 듣는 하정우 수석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하정우 대통령실 AI수석 공천을 두고 펼치는 공개 ‘밀당’을 두고 당청 관계에 대한 이상 기류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국혁신당과의 지방선거 전 통합, 이재명 대통령 영상·사진 사용 불가 지침에 이어 하정우 청와대 AI수석 공천까지 당청 간에 조율되지 않는 모습이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간의 ‘힘겨루기’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5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에 이어 8월 중순의 당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전에 사실상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정 당대표간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하 수석 공천은 오히려 ‘당정 마케팅 공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15일 민주당 모 친명계 의원은 “이 대통령은 출마에 대해 나가라, 마라 얘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본인도 그렇게 해 왔다”면서 “하정우 수석을 어느 유권자가 알겠느냐. 지금은 인지도를 높이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당청이 서로 공조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 수석이 실제 부산 북구갑에 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라디오 출연을 자주하면서 모호한 답변을 이어가는 것도 전략 중 하나일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만류한 발언은 ‘대통령이 만류했지만 출마했다’는 그림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하 수석을 6.3 지방선거와 같이 치르는 재보선 후보로 영입하겠다는 얘기는 여당에서 먼저 나왔다.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전재수 의원이 자신의 출마로 공석이 되는 부산 북구갑 후보로 하 수석을 지목했고 곧바로 조승래 당 사무총장이 하 수석을 만나 ‘출마’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는 정 대표가 지난 8일 공개적으로 “당에서 출마 요청할 날이 올 것”이라며 사실상 공식 출마 제안에 나섰다.

9일 이 대통령은 공개 발언을 통해 하 수석에게 “할 일도 많은데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연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12일 “이번주 정 대표가 하 수석을 만날 것”이라며 “하 수석의 출마 가능성이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받았다.

그러더니 하 수석은 ‘불출마’로 기운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전날 그는 SBS라디오에 나와 재보선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5~6월에도 현재 자리에 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출마 결정권을 준다면 “(청와대에) 남는 것으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모호성’을 이어가면서 하마평에만 연일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당청간 ‘공천 밀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대통령 수석비서관 재보선 차출에 대해 사전조율 없이 공개발언만 이어가는 것이 일종의 힘겨루기로 비쳐진다는 지적이다.

친명계 민주당 모 의원은 “대통령의 의중을 사전에 확인 없이 정청래 대표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청와대 수석을 접촉해 출마를 권유하는 것은 모양새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은 최근에 벌어진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간의 불협화음을 재소환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요구해 당 지도부에서 실행한 ‘지방선거 출마자의 이재명 대통령 영상과 사진 사용 금지’ 공문 사건은 ‘이재명 지우기’로 비쳐졌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과거 영상과 사진을 악용한다는 지적이 있어서 당 차원에서 공문으로 내린 것”이라며 “당무는 당에서 알아서 하는 것으로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첫 공문이 ‘모든 대통령 사진과 영상 사용 금지’로 나가면서 친명계 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의도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당내에서 지우려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모 최고위원은 “정 대표가 ‘대통령 뜻’이라고 말했다”며 ‘왜곡된 전달’을 문제삼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구체적인 3가지 금지 유형을 제시하는 등 수정 공문을 재발송했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전달자 색출과 진상조사에 나섰다. 정 대표가 “모든 게 내 책임”이라며 공개 사과로 마무리했지만 당청 어느 곳에서도 책임자 문책은 없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실패 과정도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간의 불안한 소통 상황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정 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의 뜻’이라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했고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했다. 청와대는 ‘시기와 방식은 당에 맡겼다’는 취지로 밝히면서 소통과정의 현주소로 해석되기도 했다.

또다른 민주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정 대표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나 대통령 사진이나 영상 사용 불가를 추진했지만 실제와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이 아닌 다른 것을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당대표 선거 등 지방선거 앞뒤로 펼쳐질 각종 선거를 주도하기 위한 밑그림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청와대는 ‘하 수석 공천’은 ‘혁신당과의 합당’이나 ‘대통령 사진 영상 사용 금지 공문’과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치르는 당 입장에선 ‘부산 마케팅’을 위해 좋은 인재의 영입 필요성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일각의 당청 갈등 해석에 선을 그었다.

박준규·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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