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3700회 불법 투약’ 의사 실형

2026-04-15 13:00:48 게재

대법, 징역 4년 확정 … 매매 혐의는 무죄

수년간 프로포폴 중독자 등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투약하고 약 40억원을 챙긴 의사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형을 확정했다. 다만 돈을 받고 약물을 투약한 행위를 마약류관리법 상 매매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1억4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원을 운영하던 A씨는 상담실장, 간호조무사 등 직원들과 공모해 2021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프로포폴 중독자 105명을 상대로 총 3703회에 걸쳐 마약류를 불법 투약하고 총 41억4051만여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단속을 피하고자 타인 명의로 투약 이력을 허위 보고하거나 일반 환자의 투약량을 부풀리는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등은 1회 투약당 20만~3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1억4052만원을 선고하고 약물치료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명령했다.

1심은 “피고인은 내원자들의 투약 횟수를 점차 늘려주며 프로포폴 중독을 조장했다”며 “피고인 병원에서는 업무용 전화를 일반 환자용과 수면 목적 환자용으로 구분하는 등 향정신성의약품 투약을 위한 운영이 체계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기심에 피고인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중독 상태에 이르게 됐고, 이미 상당한 의존성을 보였던 사람들도 여러 병원을 전전할 필요 없이 피고인 병원에서 손쉽게 프로포폴을 투약할 수 있게 되면서 중독성이 심화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은 다만 향정신성의약품 매매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내원자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의 소유권을 넘기고 투약한 것이 아니라, A씨가 소유·관리하던 의약품을 시술 과정에서 사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마약류관리법상 의사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거나 투약하기 위해 제공하거나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업무 외 목적으로 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는데 매매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2심과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도 향정신성의약품 매매 부분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인 의사가 업무 외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여했더라도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하는 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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