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영향에 84.5% 정관 변경…이사 충실의무 본격화
상장사 올 정기주총에서 이사보수 한도·자사주 논의 본격화
‘선배당 확정 후 배당기준일’ 증가 … 주주제안 가결률 확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체 상장사 84.5%가 정관 변경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개정된 상법을 반영한 결과다. 특히 독립이사 명칭 변경과 이사의 충실의무 명시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이사보수 한도와 자사주 관련 논의가 본격화됐으며, 배당절차 선진화와 주주제안 가결 사례도 확대됐다.
◆독립이사 비율 상향 70% =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14일 발표한 ‘12월 결산 상장기업 2026년 정기주총 개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의 가장 큰 특징은 개정 상법 이행을 위한 정관 변경이 대거 이뤄졌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 795개사와 코스닥시장 1683개사 등 총 2478개 상장사 중 총 2093개사가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주요 내용은 독립이사 체제 강화다. 먼저 상장사들 중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한 곳은 1836개사(87.7%)에 달했다. 독립이사 비율을 상향 조정한 곳도 1477개사(70.6%)로 집계됐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정관에 명시한 회사도 1119개사(53.5%)로 나타났다.
올해 3월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에 따라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상장사 266곳은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안건을 상정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사·감사보수 한도 부결 사례 증가 = 이번 주총 시즌에서는 이례적으로 이사보수 한도 승인 안건 부결 사례가 증가했다. 안건을 상정한 2447개사 중 152개사(6.2%)에서 부결 사례가 발생했다.
상장협 관계자는 “이는 지난 2025년 4월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 따라 ‘특별이해관계가 있는 주주(이사 등)’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됐기 때문”이라며 “대주주이자 이사인 주주가 본인의 보수 한도 결정에 표를 던지지 못하게 되면서 의결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올해 주총에서는 이사보수 한도의 경우 실지급액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반대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며 “이사보수한도 안건에 대한 반대 권고율 상승은 보수 한도 수준 자체보다 보수정책의 합리성과 성과 연계, 주주 통제 가능성에 대한 검증 요구가 시장에서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배당 선진화 시장 안착 = 투자자가 배당금을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배당절차 선진화’도 시장에 안착하는 추세다. 올해 주총에서는 결산 배당기준일 관련 정관을 정비한 회사가 코스피 72개사, 코스닥 104개사 등 총 176개사에 달했다. 3월 말 기준(누적)으로 총 1371개사(코스피 501곳, 코스닥 870곳)가 배당절차 개선에 나섰다.
배당 결정 공시 기준 결산배당을 실시한 상장회사 총 1197개사 중 배당절차 개선을 이행한 회사는 총 394개사(코스피 289개사, 코스닥 105개사, 32.9%)로 집계됐다.
주주제안 가결률이 증가하는 등 주주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주주제안이 상정된 회사는 56개사(코스피 22곳, 코스닥 34곳)로 전년(41개사) 대비 크게 늘었다. 주주제안 가결률 역시 26.8%를 기록해 전년 대비 2.4%p 상승하며 주주행동주의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상정된 주주제안 안건은 총 133건으로 ① 감사·감사위원 선임(28건, 21.1%) ② 정관변경(21건, 15.8%) ③ 이사선임(18건, 13.5%) ④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16건, 12.0%) 순으로 나타났다.
서스틴베스트는 “과거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단일 이슈 중심의 제안이 주를 이루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에는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대상으로 보다 구조적인 개선 요구가 증가하는 흐름이 확인됐다”며 “주주권 및 지배구조 관련 제도 변화와 맞물려 기업 및 이사회 운영 전반을 대상으로 한 주주제안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주총 쏠림 심화 속 전자투표 확산 = 한편, 주총 개최일이 특정 날짜에 쏠리는 ‘주총 집중 현상’은 전년보다 심화됐다. 3월 4주차 목요일(711개사), 5주차 화요일(593개사), 4주차 금요일(437개사) 등 상위 3개일에 전체 상장사의 70.6%가 몰려 정기주총을 개최했다.
다만 ‘주총 분산 자율 준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집중예상일을 피해 개최한 회사도 1199개사(48.4%)로 전년(39.3%) 대비 증가했다.
또한 주총 집중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도입도 꾸준히 늘었다. 상장사의 64.9%(1608개사)가 해당 제도를 시행하며 작년 1489개사(61.0%)보다 소폭 증가했다.
전자투표는 1605개사(64.8%), 전자위임장제도는 729개사(29.4%)가 실시하며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지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