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논쟁 ‘연령’ 넘어 ‘제도 설계’로”

2026-04-16 13:00:04 게재

형사미성년자 제도보완 2차 공개포럼

참가자들 절차·처우·피해자 권리 부각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학계·현장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령이 아닌 제도 작동 방식의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연령 인하 찬반’을 넘어 국가가 저연령 비행에 어떻게 개입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로 논의의 중심이 이동했다.

촉법소년은 형벌 법령을 위반했지만 교화 가능성을 고려해 형사처벌 대신 수강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말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2021년 1만26명에서 2025년 2만1958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 가운데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같은 기간 818명에서 1268명으로 55% 늘었다. 사건 증가와 일부 범죄의 중대화가 맞물리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쟁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 방안’ 제2차 공개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본부 연구위원은 “형사미성년자 논의를 연령 인하 찬반 구도로만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국가가 저연령 비행에 어떻게 개입하고 소년을 보호할 것인지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 연구위원은 현재 구조를 ‘처벌 공백’이 아닌 ‘개입 공백’ 문제로 규정했다. 2024년 촉법소년 사건은 2만1139건에 달했지만 보호처분 비율은 50.1%에 그친 반면 심리불개시 비율은 37.4%까지 상승했다. 사건은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실질적 개입 없이 종료되거나 사법 접촉만 확대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범죄 양상 역시 사회적 인식과 차이를 보였다. 촉법소년 범죄의 70% 이상은 절도·폭력 등 비교적 경미 범죄이며 강력범죄 비율은 4% 내외에 그친다. 배 연구위원은 “일부 강력 사건이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되면서 연령 하향 논쟁이 과도하게 부각됐다”며 “연령 조정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절차 정비 △처우 개선 △피해자 권리 보장 등 세 가지 정책 축을 제시했다.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조기에 분기하고 개입하는 체계가 미흡하고 보호처분 이후에도 맞춤형 처우와 사후관리 연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소년원 송치 인원은 2021년 1361명에서 2025년 2532명으로 증가해 처우 인프라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사법 이후가 더 중요” = 이날 토론에서는 주제발표의 문제의식을 뒷받침하는 현장 의견이 이어졌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촉법소년 문제를 처벌 강화로 해결하려는 접근 자체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청소년 범죄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보호 환경과 사회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이 강화될수록 낙인 효과가 커지고 재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회복과 재사회화 중심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이호욱 방학중 학교폭력책임교사는 “학교에서는 학생이 어떤 보호처분을 받았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며 사법과 교육 간 단절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사법 절차의 종료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교육적 개입이 시작되는 기점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창호 보금자리청소년회복지원시설 시설장은 “현장에서는 연령 논쟁보다 회복 프로그램과 재사회화 인프라 부족이 더 큰 문제로 체감된다”며 “처벌 강화보다 회복 시스템 구축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제재 체감 못해” = 반면 사법 영역에서는 현행 제도의 대응력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혜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보호처분 중 사회봉사명령이나 보호관찰을 제재로 받아들이는 소년은 거의 없다”며 “소년원 송치 이후에도 재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제재로서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에 대해서는 형사적 규제와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검사는 “피해자는 가해 소년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 피해 회복이 어렵다”며 의견 진술권과 절차 참여권, 통지 제도 보장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요원은 “행동에 대한 결과가 일관되지 않으면 아이들이 법을 가볍게 인식할 수 있다”며 “형량 기준과 처분 결과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억제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해외 ‘연령보다 시스템’ = 해외 주요국 역시 연령 기준보다 개입 구조와 처우 시스템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은 피해자-가해자 조정제도를 통해 화해와 회복을 유도하고, 영국은 경찰 단계 비사법 처분과 지역사회 개입을 활용한다. 일본 역시 저연령 소년은 형사절차보다 아동상담소를 통한 복지적 개입을 우선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연령 하향 논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처벌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개입하고 어떤 처우로 연결하느냐”라며 촉법소년 논의의 중심이 ‘연령’에서 ‘제도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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