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 ‘차명계좌 과세’ 파기환송 패소
1·2심 승소 … 대법원 파기
고법서 패소 … NH “승복”
‘단순 차명계좌에 대한 99% 고율 과세가 위법하다’며 금융기관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금융기관이 동일한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파기환송심 결과에 관심이 쏠렸지만, 법원은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민사60부(김대웅 부장판사)는 16일 NH투자증권이 정부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제기한 17억원 규모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해 10월 1심과 2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변경에서 비롯됐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차명계좌라도 예금 명의자의 실명이 확인된 계좌라면 해당 계좌 자산은 실명 재산이라고 넓게 해석해 왔다. 그러다 2017년 검찰 수사나 국세청 조사, 금융감독원 조사로 밝혀져 금융기관이 차명계좌임을 알 수 있는 경우 이자의 99%(이자소득세 90%, 지방소득세 9%)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차명계좌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은 NH투자증권이 관리하던 일부 계좌의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고율의 원천징수세를 부과했다. NH투자증권은 ‘해당 계좌가 단순 차명계좌에 불과해 중과세 대상이 아니다. 납부한 세금은 법률상 원인없는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하며 2023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여 과세처분을 ‘당연무효’로 보고 정부와 서울시에 세금 반환을 명령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조세의 과오납이 부당이득이 되려면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야 한다”며 “단순 위법이나 취소사유에 그치는 경우에는 민사상 반환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특히 법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과세가 잘못됐더라도 이를 ‘명백한 하자’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이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에 대한 심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보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또 “원천징수세 납부고지는 징수처분에 해당하므로 하자가 명백하지 않은 이상 행정소송 절차를 통해 다투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16일 “1심 판결 중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부분과 피고 서울특별시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선고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법원 판단에 승복한다. 추후 행정소송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며 “고객들의 요청으로 소송을 제기한 만큼 우리 증권사 자체의 위법이나 잘못은 없다는 점을 알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비슷한 소송이 여럿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신한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제기한 동일 내용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