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패권 시대, 여성공학인은 국가 경쟁력이다
기술 패권 경쟁은 더 이상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 반도체, 모빌리티, 에너지 전환에 이르기까지 기술은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경쟁은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구조적 경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과연 인재가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공과대학 여성 비율은 2000년대 초반 약 10% 수준에서 최근 20% 중반까지 확대되었다. 양적 성장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이들이 발휘하는 역할과 영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이 25%의 인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문제는 단순한 참여의 부족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인재의 부족을 이야기하지만 보다 정확한 질문은 따로 있다.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산업 현장의 경력 경로와 조직 문화는 여전히 단일한 기준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인재가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하는 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일부 분야에서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존재하고, 경력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도 남아 있다. 결국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 구조와 연결의 문제다.
인재부족이 아닌 구조의 문제
이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여성공학인을 ‘지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배려가 아니라, 역량이 발휘되는 구조다. 여성공학인은 선택적 보완 인력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재다. 이들이 충분히 역할을 확장하지 못하는 것은 곧 국가 경쟁력의 손실로 이어진다.
동시에 여성공학인 스스로도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제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머무르기보다, 전문성과 실력으로 평가받는 주체로 자리해야 한다. 기술 패권의 시대는 누구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보호나 배려가 아니라, 역량과 성과로 경쟁하는 구조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는 이러한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여성공학인의 성장과 산업 진출을 체계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WE 4-UP’ 실행 프레임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 현장으로의 진입과 방향 설정을 돕는 Boot-UP, 산업 현장에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Skill-UP, 리더로의 도약을 지원하는 Raise-UP, 그리고 세대와 현장을 연결하는 Link-UP이다. 이는 특정 집단을 위한 지원을 넘어, 국가 인재가 산업 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접근이다.
인재의 절반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국가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지금은 인재를 구분하는 시대가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과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시대다. 여성과 남성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재가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공학인의 역량 발휘 선택 아닌 필수
기술 패권 시대, 여성공학인은 더 이상 주변의 존재가 아니다. 이미 준비된 인재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업의 중심에서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주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인식을 바꾸고 구조를 여는 일이다. 여성공학인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12대 회장
연세대 컴퓨터과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