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 위기 시대, 다시 ‘공동체’

2026-04-22 13:00:27 게재

닉 혼비의 소설이자 휴 그랜트 주연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어바웃 어 보이’의 주인공 윌은 “모든 인간은 섬이다, 그것도 멋진 휴양지 같은 섬”이라 믿으며 자발적 고립을 택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성가신 침범으로 여기던 그는 소년 마커스를 만나 타인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를 배우며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소설은 윌이 자신의 섬이 고립된 땅이 아닌, 거대한 군도(群島)의 일부임을 기꺼이 인정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지금같은 에너지 공급차질 겪어본 적 없어”

우리도 종종 윌처럼 고립을 자유라고 착각하며 산다.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의 모든 편의를 누리면서 타인 없이도 온전한 독립적 삶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정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공동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에 굳건히 묶여 있다. 우리가 매일 누리는 일상의 안락함은 이름 모를 타인의 노동에 빚지고 있으며, 그 타인 역시 내가 수행하는 역할의 그물망 안에서 연결돼 있다. 우리는 이 연결된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지탱할 때 비로소 생존할 수 있는 존재다.

최근 이 견고해 보이던 네트워크가 흔들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금과 같은 에너지 공급 차질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경고한다. 아직 우리 개인에게는 휘발유 가격의 상승이나 일상의 작은 불편 정도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앞으로 이 거대한 충격파가 우리가 익숙해 있던 세상을 어떻게 뒤흔들지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무기력한 우리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게 과연 있기나 할까.

에너지절약은 최소한의 연대이자 결단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를 시행하면 월 11만4000배럴의 원유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런 숫자를 추산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지만, 솔직히 나에게도 이 수치가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숫자가 주는 거리감과 달리 우리의 행동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는 결국 그 일상 안에서 사소한 실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등을 끄고, 이전보다 많이 걷는 일들 말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은지 이미 알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절약은 단순히 자원을 아끼는 행위를 넘어, 연결된 군도를 지탱하고 취약한 이웃을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연대이자 결단이다.

지금의 작은 절제만이 우리를 묶어주는 소중한 망이 끊어지지 않도록 지켜낼 수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흔들림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 믿는다.

이지웅

국립부경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