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이번 선거 기권합니다”…국힘, 투표율도 ‘비상’
2007년 대선, 20·30대 진보층 대거 기권 … 이명박 최대 표차 승리
‘반드시 투표’ 진보층 78%, 보수층 73% … 보수층 투표 의지 약해
김진태 후보 “중앙당 생각하면 ‘열불 나서 투표 안 한다’ 사람 많아”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3.0%에 그쳤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9차례 대선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당시 대선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선두를 유지했다. 패색이 짙어지자,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지지층 특히 20~30대 지지층이 대거 투표를 포기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젊은 지지층 사이에서 “어차피 투표해봤자 질 텐데…”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이다. 투표 결과,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531만표차로 눌렀다. 역대 대선 중 가장 큰 표차였다.
6.3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핵심지지층으로 꼽히는 보수층의 기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7~11일, 무선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1.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투표 의향을 물어본 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란 응답은 71%에 달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80%, 국민의힘 지지층은 74%였다. 진보층은 78%, 보수층은 73%로 집계됐다. 보수층 투표 의향이 진보층보다 5%p 낮은 것이다. 20대(38%)와 70세 이상(86%) 사이의 격차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역대 선거에서 통상 보수층의 투표 의향이 (진보층보다) 높았지만, 최근 20·30대 보수층 사이에서 ‘투표해봤자 어차피 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표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표는 “국민의힘은 젊은 보수층의 지지가 받쳐주지 않으면 70세 이상만 (지지층으로) 남게 된다. 선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07년 대선에서 젊은 진보층이 비관론에 휩싸여 투표를 포기했듯이,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젊은 보수층이 “어차피 진다”는 패배주의 속에 투표 의지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4년 전인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보수층 투표 의향이 진보층을 앞질렀다. 당시 JTBC-글로벌리서치 조사(2022년 5월 21~22일, 무선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란 답은 민주당 지지층 74.9%, 국민의힘 지지층 81.7%로 나타났다. 진보층 73.2%, 보수층 83.5%였다. 보수층 투표 의향이 진보층보다 10.3%p 높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개를 이겼다. 보수층 투표율이 높았던 덕분으로 해석된다.
6.3 지방선거에서 보수층 투표 의향이 진보층보다 낮은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선거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앞선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5%, 국민의힘 27%였다. 민주당이 18%p 앞선 것. 당 지지율에서 뒤지는 국민의힘이 지지층 투표율마저 낮아진다면 선거에서 고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특히 젊은 보수층이 대거 기권할 경우 지방선거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과 부산 등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에게는 치명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 비주류 인사는 “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확실히 절연하지 못한데다, 장동혁 대표가 ‘국민 밉상’으로 전락하면서 보수층 사이에서 ‘차라리 기권하겠다’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2일 장 대표를 만난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는 “제가 현장을 다녀보니 ‘내가 원래 빨간 당(국민의힘)이었는데, 이번엔 중앙당 생각하면 열불 나서 투표 안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 분들이 투표장에 안 나오시면 우리는 정말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