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기업의 무형자산을 지키려면
최근 지식재산처는 부정경쟁방지법 개선에 착수했다. 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하고 1차 회의도 마쳤다. 지재처는 “현행 제도의 맹점을 면밀하게 진단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지식재산(IP) 보호체계 청사진을 그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보호하는 핵심적인 법적 장치다. 1962년 제정된 이 법은 그동안 몇차례 개정됐지만 근래들어 디지털전환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발생하는 신종 IP침해 대응에 한계를 보였다. 무형자산인 영업비밀과 아이디어 보호에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법이 치밀하지 못한 탓이다. 피해는 중소벤처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수제맥주 전문기업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의 분쟁조정 합의에서 법의 허점이 드러난다. 지난 16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두 기업 양측이 소송보다 조정을 통한 합의에 이르렀다”며 한성숙 장관까지 나서 성과를 홍보했다.
분쟁 시작부터 조정합의까지 들여다보면 중기부가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오히려 아쉬워야 한다. 벤처스타트업계에서 “법의 한계와 긴 소송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조정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술탈취 관련 전문변호사 A씨도 “소송에서는 침해입증과 정확한 손해배상이 핵심인데 부정경쟁법은 피해기업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정경쟁방지법에는 무형자산인 아이디어·데이터·성과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 이는 자동차 등을 불법사용(3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하거나 편의시설을 부정이용(3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하면 형사법으로 처벌하는 것과 대비된다. 무형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커진 시대적 변화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무형자산인 성과물 침해의 경우 피해기업 구제수단은 민사소송이 거의 유일하다. 행정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어 입증자료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AI시대에 국가경쟁력은 아이디어·데이터·브랜드·영업비밀과 같은 무형의 성과를 얼마나 보호하고 공정하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지식재산처의 부정경쟁방지법 제도개선 착수가 늦었지만 다행인 이유다.
디지털시대에 교묘해지는 신종 IP침해 유형을 법으로 모두 명시하기 쉽지 않다. 본질은 부정경쟁이다. 타인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쌓은 영업상 자산을 무단사용해 경제적이익을 취했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
‘무역관련 지식재산권 협정(TRIPS)’에서도 영업비밀을 부정경쟁 행위의 틀 안에서 정의하고 있다. TRIPS 협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하부 협정으로 무역관련 IP 최소 기준이다. 늦은 만큼 지재처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IP강국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