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호르무즈 해협 위기와 중국의 에너지 자립

2026-04-23 13:00:01 게재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된 중동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중동의 원유 수입에 의존하던 국가들이 오일쇼크를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일본 한국 등을 거론하며 중동원유가 절실한 나라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 해결에 나서라고 하기도 했다.

동북아 3국 중 중국은 전체 에너지 구조 중에서 중동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낮다. 원유 7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지만 석탄 원전 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원을 포함한 에너지 자급률이 85%(중국측 발표)에 달해 한국의 22.1%나 일본의 15.2%에 비해 상당히 높다.

중국의 높은 에너지 자립도는 석탄 등 풍부한 부존자원과 함께 일관된 정책이 더해진 결과다. 2006년 수입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의 20%에 달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은 2016년 에너지 자급률 80%를 목표로 삼았다. 2021년에는 시진핑 주석이 “에너지 밥그릇을 자기 손에 단단히 쥐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노력은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총원유수입 45~50%)와 천연가스(총가스수입 31%)의 도입이 막히는 경우 6개월 분량의 전략비축유를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로부터 해상과 육상으로 조달하는 원유(총수입의 15~17%)와 천연가스(총수입의 10%)는 위기에 대한 ‘보험’으로 활용되고 있다.

호르무즈 통과 에너지원은 7% 불과

중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 주역은 총에너지 소비의 53%를 차지하는 중국내 풍부한 석탄이다. 석탄은 화력발전만이 아니라 석탄액화기술을 이용해 디젤과 가솔린 등을 생산하는 ‘원유 수입 대체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석탄을 이용해 원유 수입을 대체하는 설비의 생산능력은 2024년 기준 원유와 가스 수입 총량의 6% 정도로 오일쇼크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한다.

중국의 원자력 비중은 총에너지의 5% 수준으로 석탄 51%, 석유 19%, 가스 9%에 비해 낮지만 글로벌 기준으로는 원전 강국이다. 2025년 기준 68기의 원자로에서 62GW(한국의 2.5배)의 설비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110GW, 2035년에는 200GW 생산을 목표로 원전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중국의 신규전력수요 80%를 충족하면서 에너지 자립 정책에 일조하고 있다. 태양광은 전력의 11%, 풍력은 전력의 10%를 생산해 전체 전력의 21%, 총에너지 소비의 6%를 책임지고 있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태양광과 풍력이 1840GW에 달해 화력발전 설비용량 1539GW를 능가했다. 참고로 재생에너지의 일종인 수력은 발전량의 14%를 생산해 총에너지의 4~5%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에너지 생산 구조의 다각화 노력과 함께 가장 확실한 오일쇼크 대비책을'석유의 전기화'에서 찾고 있다. 더 많은 석유를 조달하거나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석유 소비 자체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 전동이륜차를 적극 보급하고 있다. 전기차는 신차 판매의 절반에 이르며 전기차 보급에 따른 원유 수요 대체 효과는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2025년 말 중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가동용량이 135GW(2025년 한국 총발전설비용량 149GW 수준)에 달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흐린 날씨, 무풍시간대)에 대응하는 핵심기술이 되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수급 구조를 감안할 때 중국이 오일쇼크의 큰 피해를 받는다는 주장은 원유의 수입 규모만 보면 일리가 있으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와 가스 수입이 총에너지의 7%에 불과한 점이 간과되어 있다. 오일쇼크로 단기적 수급 불안은 있지만 다른 에너지원이 버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이 역설적으로 해협 폐쇄를 가장 잘 견딜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라고 했다.

한국도 에너지 자립에 박차 가해야

중국에 비해 한국은 총에너지의 55% 이상을 점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등 에너지 자립기반이 취약하다. 다행히 원전이 전기의 31%를 생산하는 원전강국이며 배터리나 전기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기술 보유'가 에너지 자립에 더 활용되어야 한다.

4월 6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의 전기화, 전기차 수소차 전환 등을 논의한 것은 에너지 자립 노력의 강화로 볼 수 있다.

중국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석탄발전의 급격한 축소나 원전 확대의 신중론, 에너지저장장치에 대한 낮은 관심은 향후 보다 깊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이창열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