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송의 미국 톺아보기

‘핵 저지 원하지만 전쟁은 싫다’ 미국 여론의 진짜 속내

2026-04-23 13:00:02 게재

이란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여론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미국인은 오랫동안 이란의 핵무장을 원하지 않았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조사들을 분석해 보면 미국 여론은 2000년대 말부터 이란 핵 문제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2009년 조사에서는 군사행동 위험이 따르더라도 이란의 핵 개발을 막는 편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61%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2012년(58%)과 2013년(64%)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인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핵을 보유한 이란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군사행동이 시작되면 달라진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올 2월 말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의 대이란 군사공격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27%, 반대가 43%, 유보가 29%로 나타났다. 이어 입소스의 3월 말 조사에서는 목표를 모두 이루지 못하더라도 개입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응답이 66%에 달했다.

지난주 조사에서도 이번 군사행동이 가치 있었다는 평가는 24%에 그쳤지만, 가치 없었다는 응답은 51%였다. 이렇게 미국 사회에는 이란의 핵무장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과 전쟁 장기화는 피해야 한다는 정서가 공존하고 있다.

군사행동 허용하는 선 읽는 게 중요

그러나 2015년 오바마행정부가 이란과의 핵 협상을 밀어붙였을 때 분위기는 조금 다르게 나타났었다. 당시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 미국인의 49%는 미국이 이란과 직접 협상하는 데 찬성했다. 협상의 통로를 닫아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대에 대한 신뢰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해당 조사에서 이란 지도자들이 핵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고 본 응답은 27%에 그쳤다.

몇달 뒤 합의가 공개된 뒤에도 불신은 이어졌다. 2015년 9월 조사에서는 합의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21%, 반대가 49%였고, 이란이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신뢰한다는 응답은 20%에 머물렀다. 핵 문제 앞에서는 강경하지만 해법을 선택할 때는 외교와 압박을 함께 고려하고, 합의의 실효성과 이행 가능성은 차갑게 따져 묻는 것이 미국 여론이었다.

2020년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공습으로 제거했을 때도 비슷한 장면이 나타났다. 당시 AP-NORC 조사에서는 드론 공습 결정에 찬성한 응답이 41%, 반대한 응답은 30%였다. 공습 자체에는 우호적인 평가가 더 많았던 셈이다. 그러나 직후 ABC뉴스-입소스 조사에서는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는 응답이 25%에 그쳤고, 52%는 오히려 덜 안전해졌다고 답했다. 당시 여론은 공습 결정에는 어느 정도 지지를 보였지만 그 뒤에 닥칠 파장까지 낙관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 경향이 더 뚜렷하다. 최근 조사들을 살펴보면, 실제 군사행동에 대한 반대, 조기종결 선호, 유가상승과 민간인 피해 우려 등이 함께 나타난다. 2020년에는 ‘응징’의 논리가 잠시 힘을 받았지만, 2026년에는 ‘비용’과 ‘확전’의 문제가 여론의 중심을 흔들고 있다.

핵 저지는 원하지만 장기전은 바라지 않는다. 제한적 타격에는 여론의 동의를 일정 부분 얻을 수 있지만 지상군 투입과 장기전에 관해서는 그 지점에서부터 제동이 걸린다. 그래서 이란 문제를 둘러싼 미국 여론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강경과 온건의 선택이 아니다. 허용되는 군사행동의 선, 그리고 그 선을 넘을 때 커지는 거부감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는 확전 억제, 공화는 핵시설 타격

미국 정치권 역시 이 여론을 거슬러 움직이기는 어렵다. 오바마 시기 미국정부는 이란문제를 ‘전쟁 없이 핵 개발을 막는 외교’의 문제로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백악관은 핵 합의를 두고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차단하는 역사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워싱턴의 언어는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행정부는 올 3월과 4월 백악관 발표를 통해 이란의 미사일 역량, 해군력, 대리세력 지원망, 핵 개발 능력을 파괴하는 것이 작전의 목표라고 밝혔다.

의회는 행정부의 군사행동에 제동을 걸려 했지만 끝내 막아서지 못했다. 미 상원은 4월 15일 대통령의 대이란 전쟁 권한을 제한하려는 결의안 표결에서 47대 52로 이를 막지 못했다. 이 논쟁 역시 공화당과 민주당의 간극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민주당은 무력 사용에 대한 의회 승인과 확전 억제를 앞세우고, 공화당은 핵시설 타격과 강한 압박을 정당화한다. 미국 정치권은 이란 저지라는 목표보다 군사력 사용의 한계선을 두고 그 갈등이 더 첨예한 상황이다.

미국 기업과 산업계는 정계보다 훨씬 조용하다. 적어도 공개된 발언과 성명만 놓고 보면 전쟁 필요성을 전면에 내건 미국 대기업은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기업의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어 말하기도 어렵다. 방산업체에는 군수 조달 확대의 기대가 생길 수 있지만 에너지와 해운업계에는 공급 차질과 보험료 상승의 위협이 먼저 닥친다. 기술기업은 사이버 위협과 수출통제를 걱정하고, 소비재 기업은 유가와 물류비 상승이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같은 전쟁이라도 산업체마다 받아드는 손익계산서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전쟁이 시작된 뒤 국제 유가와 해상 운송 불안이 미국 산업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지난 17일 로이터는 전쟁 발발 뒤 약 50일 동안 전세계에서 생산되지 못한 원유 가치가 500억달러를 넘는다고 전했다. 바로 다음날인 지난 18일, 미국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해상 거래에 대한 예외 조치를 연장한 데에는 이란전쟁이 낳은 에너지 가격 충격도 한몫했다.

이렇게 미국 기업들은 전쟁을 정치 구호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공급망, 운송로, 원자재 가격, 보험료, 국가안보 프로젝트 등의 언어로 반응할 뿐이다. 기업은 명분보다 예측가능성에 민감하고, 그래서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승패보다도 언제 끝날지, 어디까지 번질지, 어떤 제재가 뒤따를지를 더 집요하게 따진다.

대이란 전쟁의 여파는 항공과 여행 산업에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미국 항공사들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이스라엘 인근 공역을 피해 우회비행을 하거나 일부 노선을 취소했고, 그 결과 비행시간 연장, 연료 소모 증가, 운항 비용 상승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 3월에는 국제 유가 급등이 항공주를 흔들고 항공권 가격 상승 압력을 키웠다. 최근에는 유럽이 중동산 제트연료 공급 차질에 대비해 수입 방법을 다변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결국 전쟁이 항공산업에 미치는 충격은 여름 성수기 운임, 여행 수요, 물가, 소비심리까지 밀어 올리는 파급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다가올 북중미 월드컵에도 많은 영향

그래서 다가오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역시 이번 전쟁의 영향권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이란은 미국의 군사개입과 안전 우려를 이유로 자국 대표팀의 미국 경기 개최지를 멕시코로 바꿔 달라고 FIFA에 요청했다. 하지만 FIFA는 이란 경기가 예정대로 미국에서 열린다고 밝혀, 개최지 변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팬들의 이동 비용도 불안 요소다. 항공·관광 전문가들은 중동 충돌 여파로 월드컵 관련 여행비와 항공료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여기에 보안 부담까지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4월 미국 국토안보부 기능 차질로 월드컵 보안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은 이번 전쟁이 월드컵 개최 자체에 변화를 불러올 정도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월드컵이 항공 연료 국경 경호 외교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초대형 행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여파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여론이 장기전에 선을 긋는 이유는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군사적 계산보다 생활비의 압박이 더 빨리 피부에 닿기 때문이다. 전장이 멀다고 해서 물가의 충격까지 먼 것은 아니다.

1서강대

BK21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