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특성화고 현장연계 교육
특성화고 3년, 건설현장 연계 교육훈련 ‘제도화’해야
기술인과 대등한 ‘기능인 고유역할’ 법제화 필요 … ‘학교 밖’ 직업전망이 ‘학교 안’ 현장교육을 이끌어야 명장 육성 가능
건설기능인의 고령화와 숙련인력 부족 문제로 생산성과 품질은 저하되고 산업재해와 비용은 증가하며 미래는 어둡게 한다. 그 해답이 청년층 진입과 숙련인력 육성에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청년을 미래의 건설명장으로 육성해야 할 특성화고 안과 밖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건설업계에서는 청년층의 정신상태가 해이해져 현장의 힘든 일을 기피하고,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관련 자격증을 땄더라도 현장과 괴리돼, 일을 맡기기도 더 많은 임금을 주기도 어려우니, 당장 저임금의 외국인을 도입하라고만 할뿐 시간을 들여 육성할 생각은 안한다. 반면 건설 관련 특성화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는 현장 일의 고됨과 위험성에 비해 연간 소득이 낮고 직업전망도 불투명하니, 굳이 현장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 한다. 혹여 현장을 견학하고 싶어도 볼 기회가 없고 학생을 육성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 결국 악순환의 근원은 ‘현장성의 결여’와 ‘직업전망의 부재’다. 관련해서 본지는 직업전망의 제시에 대해 '적정임금제(1월 30일자)와 기능등급제(3월 27일자) 기사'에서 다룬 바 있다. 교육훈련과 자격의 현장성을 높이려면 ‘많은 시간’을 ‘적합한 대상’에게 투자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제도적으로 ‘3년의 시간’을 지닌 ‘특성화고 학생’을 현장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그 중요성을 인식한 단편적인 시도는 있었으나 아직도 체계적 해법에까지 이르지 못한 채, 청년층의 진입구인 특성화고의 문은 점차 닫히고 있다. 독일 건설현장 마이스터의 산실은 우리의 특성화고에 해당하는 직업학교다. 이들의 현장성 제고와 직업전망 제시를 벤치마킹해 우리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 아파트의 뼈대를 만드는 골조공사 현장에서 만난 종합건설업체 현장소장이 작업팀을 가리키며 “저는 도면을 보고 지시만 할뿐 실제 품질과 안전은 반장님과 기능인들의 손끝에서 결정됩니다. 여기서 저 분들이 가장 중요합니다”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 2015년에 특성화고 3학년생의 현장실습을 지도 중인 전문건설업체 B사의 현장소장에게 ‘왜 학생을 가르치려 하는지’를 묻자,“어깨너머로 업무를 배워 온 기존 반장들의 한계를 넘기 위해 3학년을 가르치고 채용해 팀·반장으로 직접 육성하려 합니다. 시간이 부족해 1학년부터 시작하면 좋을 듯합니다”고 강조했다.
#. 3학년 학생들 역시 “학교에선 사진으로만 배웠기 때문에 뭘 하는지 몰랐는데 현장실습을 해보니 확실히 알 수 있어요. 1학년 때부터 시작했다면 지금쯤 훨씬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요”라며 아쉬워했다.
특성화고는 3년간의 현장중심 교육을 통해 명장을 키워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실례가 마이스터의 산실인 독일 직업학교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 안팎이 괴리돼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학교 밖은 학교 안 교육의 현장성 저하를 탓하고, 학교 안은 학교 밖 직업전망의 부재를 탓한다. 악순환을 끊을 시작점은 ‘학교 밖’에 있다.
◆특성화고 현장과 괴리, 문이 닫히고 있다 = 건설 관련 특성화고의 3학년 학생이 1999년에는 약 1만6000명에 달했으나 2025년에는 약 2000여명으로 줄었다. 2024년에 서울지역 건설 관련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궁극적인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응답자 중 72%는 ‘건설 분야 전문가’(18.7%)를 비롯해 건설업 관련 일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면담조사 결과 현장과 연계된 교육은 적었고 실제로 기능인으로서 현장으로 진입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한편 ‘청년층의 건설기능인 진입을 촉진할 방안’에 대해 물었다. 높은 임금, 자기 시간 확보, 고용안정, 직업전망 등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대부분 현재 건설기능인에게 확보되지 않은 항목들이다. 청년층이 감소하고 고령화와 숙련인력 부족이 심각해진 이유를 짐작케 한다. 주된 이유는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직업전망이 불투명해 진입 자체를 기피한 것이지만, 진입 의사가 있는 청년층이 있더라도 이들을 현장성 높은 숙련인력으로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 밖’ 제도에 좌절된 특성화고생 채용 시도 = 한때 특성화고의 잠재력을 깨워보려는 건설업체 B사의 획기적 시도가 있었다. 2015년에 만난 골조공사 현장소장에 따르면 전문건설업체 B사의 대표(CEO)는 ‘건설생산의 제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됐지만 정작 이를 시공할 수 있는 기능인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대개 ‘어깨너머로’ 일을 배워 선입견에 갇힌 기존 반장들은 회사가 요구하는 품질에 도달하지 못해 하자가 반복됐다.
다양한 궁리 끝에 CEO는 ‘기존의 한계’를 넘기 위해 특성화고 3학년을 직접 가르쳐 채용하고 이들을 팀·반장으로 육성하라고 지시했다. 이들이 기술인과 기능인 간 가교역할을 하면서 정확하게 시공하면 품질도 향상되리라 기대했다. 우리나라 CEO에겐 처음 들어보는 참신한 발상으로서 품질 향상의 본질을 꿰뚫어 본 것이다.
당시 학생들에게 각 직종의 형틀·철근·콘크리트 기능 이외에, 측량과 먹매김(도면의 거푸집 라인 형성) 그리고 반장의 업무인 작업 지시·관리·평가와 도면 읽는 방법도 함께 가르쳤다.
학생들을 지도한 30년 경력의 형틀 반장은 학생들의 일머리가 빨리 깨여 5년이면 단일 직종 팀장, 10년이면 골조 반장으로 키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것은 청년 명장의 육성이라는 특성화고의 잠재력이 구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학생들 역시 실습과정에서 장비도 다뤄보고 실제 건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성취감이 컸다. 다만 양자 모두 ‘현장실습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2015년 9월초부터 3개월의 인턴 기간을 거쳐 2명의 학생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지속되지 못했다. ‘학교 밖’의 제도적 여건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인에겐 공식적인 경력관리를 통해 기술등급을 부여하고 현장배치기준, 업체등록기준, 시공능력평가요소 등에 반영된다. 하지만 그러한 제도가 없었던 당시 기능인은 고용해봐야 쓸모가 없었다. 또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그리고 고용불안으로 근로환경이 열악해 건설기능인은 선택할만한 직업이 아니었다. 따라서 ‘학교 안’ 학생들의 참여 의지와 교육훈련의 현장성 제고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2017년에 최초로 공공기관인 건설근로자공제회(공제회)가 나서 경기 남양주공고 학생을 대상으로 1개월 동안의 현장중심 교내 훈련과 현장실습을 실시한 바 있다. 이후 거의 매년 특성화고 대상 뉴마이스터 훈련을 추진했고 교내 훈련기간도 3개월까지 늘렸다. 2025년에는 경기 의정부시 한국모빌리티고등학교에서 6개월간 실제 현장과 동일한 흐름으로 경량 목조구조물 시공과정을 가르쳤다.
그간 실시해온 현장연계 교육 경험을 종합하면, 현장과 단절된 기존 교육에 비해 ‘현장성이 높아졌다’는 성과와 함께,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는 한계 또한 명확했다. 참여했던 건설업체와 실기교사 그리고 학생들의 공통적인 소감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긴 하나 절대적인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공제회는 특성화고-현장 연계교육의 명맥을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방식을 확대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독일의 ‘학교 안·팎 연계’, 벤치마킹해야 = 학교 밖의 명확한 직업전망 제시로 학교 안의 현장성 높은 교육훈련을 이끌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학교 밖의 여건으로서 경력·자격·교육훈련 등을 기초로 6단계에 따라 고용상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임금을 차등화해 직업전망을 제시한다. 기능인 보유를 핵심적인 시공능력으로 판단해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생산중단시기에는 조업단축수당을 지급함으로써 고용안정성을 높인다. 그 인프라로서 건설업 최저임금 협약을 통해 적정공사비와 임금을 확보한다. 시공경험과 숙련이 필요한 전문건설공사의 관리자·감독자·현장소장 역할을 기능인이 수행해 기술인의 아래가 아니라 대등한 고유영역을 담당한다.
학교 안에서는 현장 수요를 반영한 교과내용을 기초로 1학년부터 ‘학교(이론)-훈련센터(실기)-현장(실습)’ 등을 오가며 3년간 배운다. 건설업 노·사와 직업학교, 수공업회의소와 건설업사회복지기금(SOKA-BAU) 등이 함께 참여하며 재원(건설업체 부담)도 확보한다.
◆전국차원 ‘제도화’ 추진할 상설 통합플랫폼 필요 = 먼저 학교 밖의 직업전망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기능등급제 활용방안을 법제화(기능인을 현장배치기준, 업체등록기준, 시공능력평가요소 등에 반영) 하고 적정임금제 도입(계류 중인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통과)을 통해 숙련도에 따라 임금도 차등화해야 한다.
학교 안 교육훈련의 현장성 제고를 위해 특성화고-현장 간 연계를 제도화해 전국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3년간의 세부 교과과정(학교-훈련센터-현장) 및 교사연수과정 마련을 비롯해 △연계할 건설업체 및 현장 확보 △재원(고용보험기금 등) 확보 △전체 계획수립 및 시행관리 등이 필요하다.
이것을 구현하려면 교육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와 각 지역 교육청, 발주기관, 노사단체, 유관단체, 전문가, 공제회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학교 안팎의 ‘문제와 해답’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참여하는 상설 통합플랫폼이 필요한데 가장 적합한 운영주체는 공제회로 판단된다.
공제회는 기능등급제 운영기관이자 상기 주체 상당수가 이미 이사회에 들어와 있고 특성화고-현장 연계 교육훈련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업단위의 공공기관으로서 공제회의 사회적 소명이자 존재 이유를 입증할 기회이기도 하다.
심규범
현 건설고용컨설팅 대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 건설근로자공제회 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