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46 여수 하화도 꽃섬길
‘섬이 가라앉을 정도’로 꽃 구경 인파 몰려
꽃섬을 아는가.
전남 여수에는 꽃섬이 두 개나 있다. 하화도(下花島)와 상화도(上花島). 마주 보고 있는 두 섬은 아래꽃섬과 윗꽃섬이 원래 이름이다. 하화도는 섬 이름의 뜻을 적극 활용해 꽃으로 상징화 했다. 섬 곳곳에 꽃을 심고, 꽃길을 만들었다. 그 후 섬이 널리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섬이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몰려와 북적거리기도 했다.
하화도에는 백섬백길 19코스인 꽃섬길이 있다. 내내 바다를 바라보며 섬을 한바퀴 일주하는 5.3㎞의 트레일이다. 길의 초입에는 1994년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하화도에 공급할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길의 중간에는 출렁다리인 ‘꽃섬다리’도 놓여 있는데 기암절벽의 협곡 위를 건널 수 있다. 꽃섬다리 절벽 아래에는 큰 굴이 하나 있다. 장소가 은밀해 옛날에 밀수꾼들의 접선 장소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밀수와 관련 하화도 부속 섬인 무인도 ‘부도’에는 흥미로운 사연이 깃든 동굴도 있다. 이 동굴은 1970년대 여수 통영 지역에 한창 밀수가 성행할 때 밀수선들이 금괴를 숨기던 곳이었다고 전한다. 금괴 밀수를 해오던 무역선들은 단속선이 뜨면 재빨리 이 동굴 안에 금괴를 숨겼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여수 세관에서는 금괴를 찾기 위해 동굴 바다 밑을 탐색하기도 했다 하니 그저 뜬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남해안에는 금괴와 함께 녹용 밀수도 흔했는데 실제 총격 사건으로 세관원이 사망한 일도 있었다. 1964년 통영항 녹용 밀수 사건 때는 상금 문제로 시비가 붙어 부산세관 감시과장이 권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만큼 밀수는 밀수꾼이나 감시자들에게 모두 황금어장이었다. 그때 부도 동굴 바다 밑을 수색했던 세관원들은 정말 금괴를 못 찾았던 것일까 의문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섬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인 2001년, 송일곤 감독의 영화 ‘꽃섬’이 하화도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꽃섬. 그 이름의 힘이 영화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상 꽃섬이란 이름은 하화도만의 것은 아니다. 이 나라에는 꽃섬들이 많다. 고흥의 상화도 하화도, 신안의 화도, 거제의 화도, 완도의 화도, 태안의 화도 등이 모두 꽃섬이다. 다들 꽃이 많아서 화도라 했다는 유래가 전하지만 옛날에 꽃이 많지 않은 섬이 어디 있었으랴.
하화도는 섬의 형상이 소의 머리와 비슷하다 해서 한때는 ‘소섬’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것을 보면 꽃이 많아서라기보다 멀리서 보면 섬은 또 한 송이 꽃처럼 보여서 꽃섬이라 이름했던 것은 아닐까. 초봄 둥그런 섬에서 연초록 새순들이 솟아오르는 모습은 흡사 한송이 꽃과 같다. 꽃섬이라는 이름의 섬들이 한결같이 아주 작고 둥그스름한 섬들인 것을 보면 그런 추측을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요즘 하화도 주민들의 부수입 중 가장 큰 것은 부추다. 부추는 베어내면 또 자라나니 몇 번이고 연달아 수확할 수 있는 채소다. 하지만 하화도 부추는 봄에 딱 두번만 베어내 출하한다. 그러니 영영가가 높다.
한해 두번만 베어내는 부추 농사가 제법 소득을 안겨준다. 부추는 하화도의 효자다. 8-9월에 피는 흰 부추꽃도 더없이 아름답다. 흰 부추꽃을 보고 싶다면 때를 기다려 하화도 꽃섬 길을 걸으러 가시라.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