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위법에 어긋나는 조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나라 법체계는 헌법을 정점으로 법률, 명령, 조례가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지방의회가 만드는 조례도 주민 생활에 밀접한 자치입법이지만, 법률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률이 정한 원칙을 흔들 수는 없다. 조례가 지역 현실을 반영하는 수단이라 해도 그 힘은 상위 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 물론 지방의회가 법령 해석을 둘러싼 논란을 감수하면서 조례 개정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법령이 지역 현실을 충분히 담지 못하거나,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이익이 있고, 지방자치가 그 빈틈을 보충해야 할 때다.
실제 부산 생활임금 조례는 시장의 재의 요구와 대법원 소송을 거쳤지만 공공기관 청소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효력이 인정됐다. 인천 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지원 조례도 영종·용유지역 주민의 경제적 부담 경감과 이동권 보장이라는 목적이 받아들여졌다.공통점은 분명하다. 법령과의 긴장을 감수하더라도 조례가 향한 곳은 시민과 공공성이었다. 그 기준에서 보면 최근 부산시의회가 추진하는 수도급수조례 개정안은 시민보다 사업자 편에 선 조례처럼 보인다.
시민 아닌 사업자 편에 선 조례 개정안
조례가 개정되면 LH는 시설투자나 운영비, 인건비 부담 없이 시민의 상수도사업 체계에 편승해 물 공급이 가능하다. 인공수로는 LH가 명지지구 개발사업 과정에서 조성하기로 한 시설로 수변친화도시 조성을 목표로 한다. 핵심은 물 공급인데 낙동강 원수는 수질 문제, 자체 정수시설은 비용 부담이 크다. 때문에 시 상수도 체계를 사용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생활용수도 아닌 공업용수를 끌어쓰겠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상위법 위반 소지는 물론 특혜 논란까지 불거진다.
2026년 기준 부산시 생활용수는 t당 1580원 수준인 반면 공업용수는 t당 180원 수준이다. 명지지구 인공수로에 필요한 물은 연간 약 47만t이다. 이를 생활용수로 쓰면 연간 약 7억원대, 공업용수를 쓰면 약 8000만원대로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LH는 시설투자와 운영비, 인건비까지 절감하게 된다.
부산시의회의 태도도 문제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물론 기후에너지환경부까지 반대하는데도 상임위 통과를 밀어붙였다. 문제는 공원에 공업용수가 사용된 전례가 없고, 수도법상 사용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법은 공업용 수도를 산업용 공급으로 규정한다. 공원 수로라면 생활용수나 재이용수 목적에 맞는 대안을 찾는 것이 순서다.
조례는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재의 요구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의회가 무리하게 조례를 통과시키면 행정은 재의 요구와 소송 대응에 매달려야 한다. 부산시의회가 해야 할 일은 LH의 비용 절감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개발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분명히 하고 공공 수도체계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조례가 법령과의 충돌까지 감수하려면 그 이익은 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공공 수도체계의 원칙 지켜져야
LH 역시 수변도시를 약속했다면 그 유지 비용을 사업계획 안에서 부담해야 한다. 자체 시설이 어렵다면 공업용수라는 우회가 아니라 생활용수를 정당한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안부터 검토해야 한다. 부산시의회가 이러한 원칙을 외면한다면 이번 개정안은 시민을 위한 자치입법이 아니라 특정 사업자를 위한 입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