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돈이 되고, 돈이 다시 자연을 살린다

2026-04-27 13:00:00 게재

코스타리카 등 세계 곳곳서 자연자본 금융화 움직임 … “시장 기반 보전으로 전환 시 수용성 확대 고민”

“순천만 습지는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중요한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여기 있는 갈대만 해도 주민들이 옛날 방식을 고수해(생태계에 덜 부담을 주는 차원) 일일이 낫으로 배서 관리합니다. 농한기에 주민들의 수익원이 될 수 있죠. 관광 수익이 있는 건 물론이고요.”

21일 순천만 습지에서 만난 순천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순천만 습지는 전라남도 순천시에 있는 연안습지로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생태 모델 대표 주자다. 개발 대신 보전을 선택한 지역 주민들의 동의와 참여가 순천만을 생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순천만 사진 순천시 제공

논문 ‘순천만 갯벌 복원사업에 따른 생태경제적 가치 평가’에 따르면 순천만 갯벌 복원사업을 통해 대상지역에서 생산되는 생태경제적 가치는 연간 약 470만 em₩(에머지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원된 갯벌생태계의 생산적 가치는 △복원 전 폐염전·폐양식장보다 약 1.38배 △동·식물을 포함한 보유자원의 가치는 약 2.32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에머지원은 어떤 자원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 직·간접적으로 투입된 에너지의 총량인 에머지를 화폐단위로 환산한 것이다.

주민이 만든 지속가능한 보전

“순천만 습지를 가꾸는 일은 모두 지역주민과 함께 합니다. 그래야만 습지 보전이 지속가능할 수 있거든요.” 순천시 관계자는 생태환경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지속가능한 보전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순천만 습지는 순천만 상류 정비사업으로 인해 한때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순천만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2003년에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보전 중이다. 2006년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202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한국의 갯벌’로 이름을 올렸다. 국제 보호종인 흑두루미와 검은머리물떼새뿐만 아니라 붉은발말똥게 대추귀고둥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2024년 겨울에는 전세계 흑두루미 생존 개채의 절반에 이르는 약 7000마리 이상이 순천만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순천만 흑두루미 사진 순천시 제공

물론 순천만 습지가 처음부터 주민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건 아니다. 람사르 습지 지정 논의가 나왔을 당시 일부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전으로 인한 경제적 혜택 등 여러 이점을 체감했고 이는 지속가능한 보전으로 이어졌다.

주민들이 묵은 갈대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 순천시 제공

미래 수익을 현재 보전 재원으로

보전이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사실을 넘어, 그 수익이 다시 보전으로 흘러 들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 생물다양성재원이니셔티브(BIOFIN)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국회는 최근 국립보전구역시스템(SINAC)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그린본드 등 금융상품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을 승인했다. 법안의 핵심 메커니즘은 ‘증권화 신탁 펀드’다. 보호구역 입장료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미래 현금 흐름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보하고, 그 수익을 다시 △기반시설 구축 △보전 관리 △방문객 서비스 개선 △야생동물 보호 등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추가적인 국가부채 없이 169개 보호구역의 기반시설이나 생태 관리에 자본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BIOFIN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정부는 이 재원으로 카페나 기념품점 같은 부대시설 운영권(컨세션)을 부여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추고 이를 통해 보호구역 인근 지역사회의 일자리와 수익 창출로도 연결할 계획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마누엘 모랄레스 의원은 “자연유산이 만들어내는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공공부채 없이 보전에 투자할 수 있음을 이 법이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BIOFIN에 따르면 이 법은 국제 기후·환경 재원이 축소되는 흐름 속에서 보전 수익의 선순환을 법제화한, 생물다양성 재원 혁신 사례로 평가된다.

순천만 농게 사진 순천시 제공

‘공공재정+민간투자 혼합형’이 현실적

24일 박찬호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 박사는 “코스타리카 법안은 자연자본을 담보로 미래 수입을 현재의 보전 재원으로 끌어 쓰는 구조, 즉 자연자본 기반 금융화와 미래 수입의 현재화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세금 기반 보전’에서 ‘시장 기반 보전’으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연자본 기반 금융화는 숲 습지 갯벌 등 자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본’으로 보고, 이를 금융 시스템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보호구역이 만들어내는 관광 수입과 생태계서비스 가치 등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민간 자금을 끌어오는 식이다. 자연을 보호 대상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재정의한다.

자연보전은 주로 정부 예산(세금)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정부 예산은 항상 부족하고 보전은 우선순위 경쟁에서 밀리기 쉽다. ‘시장 기반 보전’은 △민간 투자자 △채권 시장 △기업 등 시장의 자금을 보전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탄소크레디트 거래 △생물다양성 크레디트 △그린본드 등이 모두 이 흐름 안에 있다.

박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시장 기반 보전 구조가 실행력을 갖추려면 공공재정과 민간투자를 결합하고 생물다양성 지표를 실제로 달성했을 때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혼합형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자연자본 금융화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기존의 개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얼마나,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자연을 금융상품화하는 부분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자연을 돈으로 환산하는 게 맞냐’는 반발부터 ‘민간 투자자가 보호구역에서 수익을 챙기는 게 적절한가’는 질문까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 박사가 수용성 확산 방식을 과제로 꼽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순천=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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