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퇴직금 회피 ‘쪼개기 계약’ 퇴출
정부 “모범 사용자 역할 강화” … 비정규직 공정수당 신설·적정임금 보장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년 미만 계약 원칙 금지’와 ‘공정수당 도입’을 핵심으로 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한국노동연구원이 2월 6일부터 3월 20일까지 중앙행정기관 및 소속기관, 자회사, 지방정부, 지방공기업 등 약 210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마련됐다.
조사 결과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는 약 14만6000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만3000명이 1년 미만 계약을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임금은 월 289만원 수준이지만 1년 미만 계약자는 280만원으로 더 낮았다. 복지포인트·식대·명절상여금 등 복지 항목에서도 정규직 대비 격차가 확인됐다.
정부는 먼저 고용관행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퇴직금 회피 목적의 ‘쪼개기 계약’ 등 1년 미만 계약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를 거쳐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심사위원회에 외부위원을 포함하고 운영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364일 계약’ 등 편법은 집중 점검 대상이 된다. 기존 상시업무임에도 단기계약을 반복한 경우 정규직 전환을 적극 유도하고 전환이 지연된 기관에 대한 지도도 병행한다.
임금 측면에서는 ‘공정수당’이 도입된다. 2027년부터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계약기간에 따라 생활임금 수준(최저임금의 118%)을 기준으로 8.5~10%의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 계약기간이 짧을수록 높은 보상률을 적용해 단기 고용의 불안정성을 보전하는 구조다.
또한 동일·유사 업무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적정임금’을 설정하고 이에 미달하는 경우 2027년 예산에 반영해 보전할 계획이다. 복지포인트·급식비·명절상여금 등 복지 3종에 대해서도 실태를 분석해 단계적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기간제 초단시간 노동자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채용을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도 사전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한 초단시간 고용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대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체계도 강화된다. 정부는 정기 실태조사를 통해 고용·임금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면밀하게 분석해 향후 관련 정책 결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비정규직 관련 지표는 경영평가에 반영되고 매년 근로감독도 실시된다.
이와 함께 지난 6일 설치한 온라인 ‘공공부문 불합리한 관행 상담센터’를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차별·불공정 사례를 접수하고 법 위반 사항은 감독으로 연계한다.
정부는 대책 이행을 위해 정부 예산안에 신속하게 반영하고 (가칭) ‘비정규직 처우개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확산한다. 공공부문 처우개선에 대한 추가적 논의는 9월부터 설치·운영되는 ‘공무직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공정한 고용관행을 바로잡고 합리적인 처우개선을 통해 모범이 돼야 한다”며 “이 성과가 민간부문까지 확산돼 일하는 국민 누구나 일터에서 존중받고 땀의 가치에 맞게 대접받는 일터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