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오펙 탈퇴, 중동 원유패권 흔들

2026-04-29 13:00:06 게재

OPEC 통제력 약화속 장기 유가는 하락 전망 … "트럼프의 외교적 승리" 평가도

2023년 12월 1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총회에서 석유수출국기구 전시관 모습. 아랍에미리트 국영 매체는 2026년 4월 28일 자국이 5월 1일부로 석유수출국기구와 확대 협의체를 탈퇴한다고 보도하며, 이번 결정을 주요 산유국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AF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플러스를 탈퇴하기로 하면서 중동 원유 카르텔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전쟁으로 페르시아만 원유 공급이 흔들리는 가운데, 핵심 산유국의 이탈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온 OPEC 중심 유가 통제 체제의 균열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장기적으로는 국제 유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신들은 28일(현지시간) UAE가 5월 1일 OPEC을 떠난다고 일제히 전했다. 60년 가까운 회원국 지위를 내려놓는 결정이다.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장관은 “모든 전략을 오랜 기간 신중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시장은 공급 부족 상태인 만큼 지금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UAE는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 속에서 OPEC의 집단 의사결정에 묶이기보다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동 OPEC 회원국들의 안보를 지켜주는 동안 이들이 유가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며 OPEC을 공개 비판해왔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에 유가 인하를 압박했다. 로이터통신은 UAE의 탈퇴가 "2018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OPEC이 세계를 착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UAE 이탈은 장기적으로 원유 공급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 CNN은 회원국 규정의 제약 없이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UAE가 주요 경쟁자로 시장에 등장하는 만큼, OPEC의 힘이 약해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이로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 전 UAE는 OPEC 전체 공급의 약 12%를 차지한 3위 산유국이었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2월 산유량은 하루 360만배럴로 이미 OPEC 플러스 할당량을 크게 웃돌았으며, 국제에너지기구는 UAE의 추가 증산 여력을 하루 66만배럴로 추정했다.

다만 단기 유가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페르시아만 수출이 막히면서 UAE와 사우디, 이라크 등은 증산이 아니라 감산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 시장의 브렌트유 원유 선물은 배럴당 111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주요 원유 거래업체들은 전쟁으로 확정된 공급 손실이 10억배럴에 이른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전쟁 리스크가 유가를 떠받치지만, OPEC의 가격 통제력이 약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고유가를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적 의미는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대니얼 스터노프 선임연구원은 악시오스에 이번 결정이 사우디의 핵심 우선순위와 결별하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UAE가 이번 전쟁에서 이웃 국가들보다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등을 더 믿을 만한 동맹으로 확인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봤다.

UAE와 사우디의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쌓여왔다. UAE는 새로 투자한 생산 능력을 활용하려 했지만, 사우디는 OPEC 플러스를 통해 공급 억제를 밀어붙였다.

예멘 내전에서도 양국은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했다. 뉴욕타임스는 "UAE가 이스라엘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진하고 사우디와 달리 예멘 남부의 무장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해왔다"고 짚었다.

UAE 경제가 사우디보다 다변화돼 있어 고유가에 덜 의존한다는 점도 탈퇴 배경으로 꼽힌다. 결국 UAE의 탈퇴는 전쟁이 촉발한 공급 위기를 넘어, 중동 산유국 질서가 사우디 중심의 단일 대오에서 각국 실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주영·이재호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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