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집밥 함께하니 노인 결식·고립 해소

2026-04-30 13:00:04 게재

서대문구 북가좌동 ‘행복한 밥상’ 2호점

유휴공간 활용…민관협업, 지속가능성↑

“집에 혼자 있으니 점심을 대충 먹거나 거를 때가 많아요. 이렇게 훌륭한 점심을, 게다가 이웃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먹으니 더 맛이 좋아요.”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 옛 주민센터.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공간을 찾은 인근 주민이 ‘엄지 척’을 했다. 그는 이날 오랜만에 이웃들과 따뜻한 집밥을 함께 들었다. 이성헌 구청장도 배식을 도우며 “한끼라도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드시라”고 권한다. 이 주민은 “1주일에 사흘이 아니라 매일 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성헌 구청장이 지난 29일 ‘행복한 밥상’ 2호점을 찾은 주민들에게 배식을 하며 안부를 챙기고 있다. 사진 서대문구 제공

30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구는 북가좌2동 옛 청사를 대수선해 1층과 2층에 식당과 함께 주방을 마련했다. 지난해 홍제3동에서 처음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행복한 밥상’이 북가좌동에도 문을 열었다. 혼자서 한끼 해결이 어려운 노인들이 주 3회 영양을 고루 갖춘 따뜻한 집밥을 이웃과 나누고 건강·문화 프로그램도 함께하며 소통하는 공간이다.

2025년 기준 서대문구 65세 이상 인구는 6만1635명으로 전체 주민 가운데 25%를 차지한다. 초고령사회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혼자 사는 노인도 전체 인구 가운데 5% 가량이다. 구는 “경로식당 동행식당 등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 지원 대상은 아니지만 혼자 살거나 거동이 불편해 한끼 해결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품을 수 있을까 고심하던 차에 홍제3동 내부순환도로 고가 하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노인들이 모여 소일하는 곳인데 우범지대화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었다. 해당 장소에 모이는 노인들이 기피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구는 장소를 정비하면서 동시에 노인들이 소일할 수 있는 여가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 2024년부터 준비해 연면적 165.6㎡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결식 우려가 있는 노인 300명을 동주민센터에서 선정해 주 3회 무료급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행복한 밥상’ 1호점이 탄생한 순간이다. 10월까지 누적 이용자가 1만9000명을 넘어섰다. 이용자 수요를 반영해 디지털 역량 강화, 신체 건강 증진, 정서 지원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문화·여가 프로그램도 더했다.

1호점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른 동네에서도 행복한 밥상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다. 마침 북가좌2동주민센터를 새롭게 지어 이전하면서 옛 청사가 비게 됐다. 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옛 주민센터를 활용해 주중 3일 현장에서 갓 조리한 가정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용 규모는 1호점 두배가 넘는 700명이다. 체조와 스트레칭, 스마트폰 교육, 그림 그리기 등 활동도 마련했다.

민간도 힘을 보탠다. 1호점에는 지난해 후원금 3600만원이 들어와 그만큼 구 예산 부담을 덜었다. 2호점 인근 교회는 초복 중복 등 연 4회 500여명을 위한 특식을 후원하고 연중 자원봉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선보일 3호점은 대학 유휴공간을 활용한다. 이곳에서는 200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연간 7회 특식도 제공할 계획이다. 구는 권역별로 한곳씩 4호점까지 확대해 차별 없는 복지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방치된 공간이 어르신들 결식 해소와 고립 해방을 위한 의미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며 “행복한 밥상은 지역 복지 거점이자 문화·소통 공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구청장은 “신뢰할 수 있는 민간 기관과 손잡고 더 내실 있게 운영해 ‘생활환경만족도’ 1위 도시의 명성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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