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법 이후 심폐소생술 ‘집중’했더니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병원 내 사망위험 감소”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2018년 이후 병원 내 심폐소생술을 회복 가능성이 더 높은 환자에게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병원 내 사망위험을 낮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를 스스로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심폐소생술은 물론 인공호흡기 치료, 지속적 신대체요법, 체외막산소공급(에크모) 등이 연명의료에 포함된다. 법 시행 전에는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회복 가능성이 낮더라도 심폐소생술 및 연명의료를 시행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6일 오탁규·송인애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병원 내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의 상대적 사망 위험도는 0.90로, 시행 전 대비 위험도가 약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중환자 진료 현장의 과부하를 일부 완화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 시행 전에는 병원 내 심정지 및 심폐소생술 건수가 연간 인구 10만 명당 6.5건씩 빠르게 증가하며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시행 후에는 증가폭이 10만 명당 1.1건 수준으로 크게 완만해졌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병원 내 심폐소생술을 받은 전국 성인 환자 38만488명을 분석한 결과다. 이번 연구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극히 낮은 환자에게 시행되던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이 줄고 한정된 중환자 치료 자원을 보다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향으로 의료 현장이 움직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중환자 진료의 효율을 높이고 의료자원 배분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는 결과”라며 “연명의료 결정의 양적 확대를 넘어,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함께하는 공유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중환자의학회 공식 학술지 ‘Critical Care Medicine’에 게재됐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