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텔·삼성에 핵심 칩 생산 검토

2026-05-06 13:00:03 게재

인텔 주가 한달새 두배 급등

시스템온칩이 애플의 병목

애플이 아이폰과 맥 등 주요 기기에 탑재되는 자체 설계 반도체의 생산을 인텔과 삼성전자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 TSMC에 사실상 전적으로 의존해온 애플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과 고성능 맥 수요 급증으로 첨단 반도체 공급난에 직면하자, 공급망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보도 직후 인텔 주가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5일 뉴욕 증시에서 인텔은 전 거래일보다 12.9% 오른 108.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중앙처리장치(CPU) 수요 회복 기대가 부각되며 한 달 새 주가가 두 배 가까이 뛴 상황에서, 애플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 파트너로 거론됐다는 소식이 더해진 결과다. 애플 주가도 같은 날 2.7% 오른 284.18달러에 마감했다.

애플은 지난 10여 년간 아이폰과 맥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온칩을 직접 설계하고, 생산은 TSMC에 일임해왔다.

최신 아이폰과 맥에는 3나노미터 공정 기반 반도체가 쓰인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증설과 기기 안에서 AI 모델을 구동할 수 있는 맥 수요가 예상을 웃돌면서 애플도 공급 제약을 피하지 못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아이폰과 맥용 반도체 부족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평소보다 공급망의 유연성이 떨어져 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대체 공급처 확보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인텔과 삼성전자는 TSMC가 구축한 생산 안정성과 규모를 아직 온전히 따라가지 못한다.

다만 인텔에는 애플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일이 파운드리 사업 부활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립부 탄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인텔은 외부 고객 유치를 통해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재건하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텔보다 파운드리 사업 경험이 풍부하지만, 시장점유율에서는 TSMC와 격차가 큰 2위 업체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맞경쟁하는 삼성으로서도 애플의 선택은 강력한 신뢰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생산도 아직 애플 물량을 본격적으로 받아낼 준비가 끝난 단계는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텍사스 테일러 첫 번째 공장은 올해 가동 뒤 2027년에야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애플과 인텔·삼성의 논의는 최근 공급 부족이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과의 협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일부 애플 임원들은 판단한다.

백악관은 지난해 인텔 투자 거래를 중재했고, 인텔을 미국의 국가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여기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미 애플 공급망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으며, 애플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아이폰 등 애플 제품용 반도체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핵심 부품에 최소 두 곳 이상의 공급처를 두는 방식을 고수한다.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공급 차질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이후 TSMC와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 확대를 추진했지만, 2026년 공급받을 예정인 반도체 1억개는 연간 전체 기기 출하량에 비하면 일부에 그친다.

현재 애플의 더 큰 병목은 메모리가 아니라 시스템온칩 공급이다. 쿡 CEO는 “주된 제약 요인은 메모리가 아니라 시스템온칩이 생산되는 첨단 공정의 공급 능력”이라며 수급 균형 회복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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