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 완성차는 NO, 부품은 YES … 포드의 딜레마
세계 최고 수준의 전동화 및 지능형 기술을 과시한 2024년 4월 베이징모터쇼 이후 미국 자동차 업계는 중국 자동차 기업을 심각한 위협으로 보기 시작했다. 작년 판매량에서 비야디(BYD, 460만대)와 상하이자동차(451만대)가 미국 2위 기업인 포드(440만대)를 추월했으며,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다.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부정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입을 허용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경고했다. 네가지를 그 이유로 들었다.
첫째, 중국 전기차 업체는 중국정부의 막대한 직접 지원과 보조금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다. 즉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철폐하지 않는 한 미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전기차에는 카메라·센서·통신장치가 많아 대규모 데이터 수집과 사이버 보안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셋째, 중국 전기차 업체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와 생산 기반을 잠식할 것이다. 넷째, 중국산 완성차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를 통해서 미국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이 비판은 민주당 하원의원 74명이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송한 공개서한에 그대로 반영됐다. 서한은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진입 장벽을 낮추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경고에 대한 업계 안팎의 반응은 양면적이다. 한편에서는 중국산 완성차 수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우선주의 통상정책의 성패가 자동차 산업의 부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사실상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팔리의 비판이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포드가 배터리 조달·기술제휴, 중국 합작법인 운용, 전기차·하이브리드 생산 등을 위해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와 긴밀히 협력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산 배터리 계약 해지하고 중국산 선택
실제로 포드는 한국 업체 의존을 줄이는 대신 중국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 지리차와의 연결고리를 넓혀 왔다. 작년 12월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맺은 약 9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상호 해지했으며, SK온과 설립한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주 배터리 공장 2곳을 합작 형태가 아닌 포드 단독 소유·운영 방식으로 전환했다.
대신 포드는 2023년 미시간주에서 닝더스다이 기술을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계획을 공개했고 2026년에는 이 협력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으로도 확장될 예정이다. 포드가 한국 기업 대신 중국 기업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닝더스다이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을 활용해 더 저렴한 보급형 전동화 모델을 만들려는 것이다.
포드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배터리를 모두 생산하는 비야디와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2020년부터 중국 내 합작법인인 창안포드는 비야디 배터리를 사용했다. 올해 초 포드는 하이브리드 차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야디의 생산기술 도입까지 논의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미국정부와 의회의 반발을 우회하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된 비야디 배터리를 미국 외 지역(유럽 등 해외 공장)에 있는 포드 공장으로 수입해 탑재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작년부터 포드는 지리차의 전기차 플랫폼(SEA) 및 기술 사용권(라이선스)을 도입하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자 포드는 플랫폼 공유를 미국이 아니라 유럽에 적용하기로 선회했다. 만약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중국 전기차 기업은 단순한 배터리 소재·부품 공급자에서 생산 플랫폼 개발자로 도약할 것이다.
포드의 이중적 태도가 의미하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역대 최고의 기업가 순위에서 1등은 헨리 포드였다.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포드의 중국 전기차 기업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경제적 이익과 국가안보가 어떻게 상충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산업 발전과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중국산 완성차의 수입을 막아야 하지만 캐즘(수요 정체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중국산 소재·부품·장비가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이 때문에 포드는 중국산 소재·부품·장비를 대량 구매하면서도 완성차 수입에는 반대하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단기간에 첨단 전기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포드는 해외는 물론 자국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에 뒤처지게 될 것이다. 이는 비단 포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