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옮기는 HMM 민영화 미룬다
황종우 장관 “경쟁력·지속가능 확신있어야” …최원혁 사장 “글로벌 터미널 더 투자해야”
HMM이 이달 안에 부산으로 등기를 옮기고 이전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HMM 지분을 매각하는 ‘민영화’ 작업은 계속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HMM 정부 지분은 71% 이상 = 지난해 매출 10조7212억원, 영업이익 1조4232억원을 기록한 국내 최대 해운기업 HMM의 1대 주주는 한국산업은행(35.42%), 2대 주주는 한국해양진흥공사(35.08%)로 사실상 정부 소유기업이다. 정부가 HMM 부산 이전을 강행할 때도 정부 지분이 70% 이상이라는 논리가 작동했다.
사실상 정부 소유라는 지배구조는 회사가 망하기 어렵다는 안전판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HMM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투자가 요구되는 기업경영에 정치적 요구가 우선할 수도 있어 이를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도 있다.
현재 글로벌 해운시장은 1~5위권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투자와 합종연횡(해운동맹 재편)을 둘러싼 선사들의 전략이 치열하게 부딪히고 있어 글로벌 8위 규모의 HMM이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책임지는 리더십’으로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민영화’ 작업은 2024년 2월 하림 팬오션과 매각협상이 결렬된 이후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 이재명정부 초대 해수부 장관을 역임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장관 재임 시절 “(정부 보유지분) 매각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라며 “HMM 매각은 한국의 해양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위태로운 HMM 경쟁력 = 황 장관이 매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확신은 HMM이 부산으로 이전한 후에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HMM 경영진은 글로벌 1~5위인 스위스 MSC,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 CGM, 중국 COSCO, 독일 하팍로이드 등과 경쟁·협력하기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글로벌 해운시장은 프랑스 CMA CGM(세계 3위), 중국 코스코(4위),대만 에버그린(7위), 홍콩 OOCL 등으로 구성된 오션얼라이언스가 내년 3월까지였던 동맹 기간을 2032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세계 1위 MSC가 한국의 장금마리타임 지분 50%를 인수하며 공동경영을 하기로 하는 등 변화하고 있다.
HMM(8위)은 현재 일본 ONE(6위), 대만 양밍(9위)과 함께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선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ONE가 독자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이들 3개사와 협력해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있던 독일 하팍로이드(5위)가 머스크(2위)와 손잡고 동맹 ‘제미나이’를 구성하면서 겨우 구성했다. 하지만 여기서 ONE가 이탈하면 동맹은 깨질 수밖에 없다.
HMM이 협력 상대로 관심을 두고 있는 MSC는 독자적으로 대규모 선단에 투자하면서 2위 머스크와 격차를 두 배 이상으로 벌인 상태에서 장금마리타임과도 공동경영에 나서 HMM에서 멀어지고 있다.
HMM 경영진은 생존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최원혁 HMM 사장은 부산 이전 협약식에서 기자들과 문답에서 “세계 8위 글로벌 선사로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데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지난 1년간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선대 확대에 7조원을 투자하고, 아시아 역내에 집중했던 피더선 서비스(큰 항구에서 화물을 받아 지역의 작은 항구로 서비스)를 오는 7월부터는 서아프리카로 확대한다”고 덧붙였다.
HMM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피더선 24척도 발주했다. 에너지공급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가열되고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선대도 보강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조선소에 발주, 내년 초부터 인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선사들에 비해 취약점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최 사장은 “우리 약점은 현재 8개 수준인 글로벌 터미널”이라며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게 더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HMM은 미국 서부 쪽 항만과 브라질 인도 항만에 투자할 계획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