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일주일 앞…이란·대만 ‘빅딜’시험대

2026-05-07 13:00:10 게재

미국은 중국의 ‘이란 합의 보증’

중국은 ‘대만 불개입’ 요구할 듯

2019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한 차례 연기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오는 14~15일 이뤄질 전망이다.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인 2017년 11월 이후 9년 만이며, 미중 정상회담 역시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회담 이후 약 반년 만이다.

부산 회담의 핵심이 관세전쟁의 임시 봉합이었다면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는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대만 문제, 인공지능(AI)·반도체 경쟁이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부산에서 시 주석과 100분가량 회담을 갖고 보복관세, 희토류, 펜타닐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을 1년간 유예하는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양국 간 고위급 후속 논의는 급격히 뜸해졌다. 올해 2월 말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관심이 중국에서 중동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당초 3월 말이나 4월 초로 거론됐던 방중 일정도 이란 전쟁 여파로 한 달 넘게 밀렸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도 다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최대 현안은 역시 이란 문제다. 미국은 이란과의 합의가 실제로 유지되려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부의 권력 구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중국이 사실상 ‘보증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계산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중국이 이란을 향해 글로벌 경제를 인질로 삼지 말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란도 중국을 협상 구도에 끌어들이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6일 베이징을 찾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중국은 중동에서 미국 주도의 전후 질서가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며 이란 문제를 자국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 기회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중국은 이란 문제에 대해 협조하는 대가로 대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왕이 부장은 지난달 30일 루비오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중미 관계의 최대 리스크”라고 못 박았다. 중국이 이란 중재 카드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중단이나 대만해협 개입 자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첨단기술 경쟁도 핵심 의제다. 미국은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견제하려 하고,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 행사에서 “우리가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이번 방중이 “매우 중요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이 미중 갈등의 근본적 전환점이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지난해처럼 수개월간 고위급 회담을 거쳐 의제를 정교하게 조율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로 회담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현재 미중 무역 갈등도 일단 ‘휴전’ 상태여서 양측 모두 당장 파국을 선택할 유인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은 관세전쟁 휴전 연장, 일부 제재 조치 보류, 이란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제한적 역할 확인, 대만 문제에 대한 원칙적 공방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시에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미국 방문 초청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며 후속 정상외교의 여지를 남길 수도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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