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출 ‘이원화’ 중복·비효율
감사원, 한수원 정기감사
복리후생 부당집행 적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각각 독립적으로 원전 수출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복운영과 비효율을 초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수원 기관 정기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과 한수원이 각각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이원화 체계’로 인해 인력과 조직이 중복 운영되고 해외사업에서 갈등과 비효율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6년 한전 중심의 단일 원전 수출 체계에서 한전과 한수원이 국가를 구분해 독립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이원화 구조로 전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사업과 사우디 사업을,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사업을 각각 추진했다.
감사 결과 한수원은 10개 부서 567명, 한전은 6개 부서 216명의 인력을 각각 원전 수출 전략·기획, 사업개발·입찰, 홍보 등에 운용하며 유사한 기능을 중복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한전은 원전 관리 경험과 전문인력·기술력이 부족해 원전 수출 과정에서 한수원의 인력·기술 인프라를 활용해야 하지만 두 기관 간 사업관리 체계와 기술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선과 비효율을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UAE 사업에서는 사업관리와 실제 기술관리 주체가 분리돼 협의·조정에 추가시간이 소요되는 등 비효율이 발생했고, 사우디 사업에서도 사업관리 체계를 놓고 두 기관이 이견을 보이면서 인력과 기술지원 등 협력에 차질을 빚었다. 한수원이 바라카 원전 시운전과 관련해 한전에 공기 연장 등에 따른 추가 비용 정산을 요구하며 국제중재를 제기해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도 있었다.
핵심 정보공유와 공동 대응 역시 미흡해 대외 협상에서 일관성이 떨어지고 국가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양 기관 간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되 기관 간 역할·책임, 정보공유 범위, 분쟁 발생시 조정 절차 등 핵심 협업 기준을 명시하고, 한수원의 원전 수출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 정부와 모회사인 한전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상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또 한전·한수원간 기능분담형 조정, 한전 또는 한수원 중심 일원화, 별도의 원전 수출 전담기관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최적의 거버넌스 개편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에서는 한수원이 해외 투자사업을 진행하며 절차를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미국 육상풍력발전사업에 투자하면서 이사회 의결 없이 자회사에게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또 추가 이사회 의결 필요성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약 144억원의 구상금이 회수되지 못한 상태다.
복리후생 운영에서도 부적정한 사례가 확인됐다. 한수원은 직원과 가족의 휴양시설 이용을 교육훈련으로 처리하고 관련 경비도 예산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2024년 직원 2400명에 대해 총 7125일을 교육으로 처리하고 이용경비 23억원을 교육훈련비와 지급수수료 예산으로 집행했다.
감사원은 관련 규정을 개정해 휴양시설 이용을 교육으로 처리하거나 관련 경비를 교육훈련비 등으로 집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 요구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