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특위 없는 개헌 독주…세 번째 좌초 위기

2026-05-08 13:00:15 게재

여야 합의 없는 개헌안 발의로 ‘의결정족수 미달’ 반복

“밀어붙이는 개헌 무의미…고도의 협치 과정 필요”

후반기 의장후보들 “개헌특위 만들어 곧바로 논의”

1987년 개헌 이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세 차례째 개헌 시도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2018년에 민주당 소속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권을 가동했고 2020년과 올해는 민주당이 뜻을 같이 하는 야당이나 의원들과 손을 잡고 개헌안을 제출했지만 국민의힘(2018년 자유한국당, 2020년 미래통합당)의 반발에 막혀 표결조차 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고도의 협치’와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여야간 합의과정을 무시하거나 외면한 결과로 봤다. 특히 이번엔 개헌특위도 가동하지 못한 채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을 뺀 채 ‘반쪽 개헌안’을 내놓고 야당엔 찬반 표결만 강요하는 ‘압박 전략’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국회, 개헌안 투표불성립 선언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5월 임시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8일 오랫동안 개헌운동을 펼쳐온 이상수 헌법개정추진연대 대표(전 노동부 장관)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달 10일까지 개헌안 표결이 끝난 건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간 유불리 계산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설득과정의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6개 정당이 결정해 놓고 국민의힘에 들어올지, 말지를 요구하는 것은 순서상 유연성이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했다. 또 “개헌은 정치적인 타협을 통해 시대정신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타협은 필수적”이라며 “개헌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면 양보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내고 균형점을 잡아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새 분위기가 협력과 타협보다는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니냐”며 “이걸 깨려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면서 점차 공감대도 형성하고 타협의 분위기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민주당 등 원내 6개 정당 의원 187명 명의로 공동 발의한 개헌안 표결에 들어갔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개헌안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286명의 2/3인 191명 이상의 찬성으로 국민의힘에서 최소 12명이 찬성표가 나와야 했다. 개헌안엔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 사전 승인 의무화, 지역 간 균형발전 책임 명시 등이 담겼다. 우 의장은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이달 10일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하지만 개헌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국회 개헌특위는 만들어지지 못했고 공론화 절차도 밟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헌법 개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졸속 누더기 개헌 폭주는 국민과 함께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일방적인 개헌 시도가 ‘반대 명분’으로 작동했다. 8년 전인 2018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역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표결 거부에 따라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2020년 3월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주도로 여야 의원 148명이 ‘국민발안제’를 담은 개헌안을 냈지만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표결 거부로 자동 폐기됐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개헌에 관한 안을 냈다는 기록이 남겠지만 (개헌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야당 설득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22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선거전에 나선 3인방(박지원, 조정식, 김태년)은 모두 ‘개헌특위’를 통한 여야 숙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의원은 “의장이 (개헌) 최적안을 제시하면 정쟁이 된다”며 “개헌특위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선거가 없는 내년이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개헌을 완성할 적기”라며 “의장이 된 뒤 곧바로 개헌특위를 구성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후반기 국회가 시작되는 즉시 개헌 로드맵을 가동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의원 또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단 개헌 시기에 대해 합의하고, (그 뒤) 국민 참여 속에서 공론화를 거쳐서 핵심 내용들을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박원석 전 의원은 “개헌은 고도의 협치이면서 사회적 대타협이고 일종의 사회계약을 다시 맺는 것”이라며 “타협도, 소통도 없는 국회에서는 개헌이 되기 어렵고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의석으로 밀어붙이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목소리가 반영되는 오랜 과정을 통해 조정되고 타협된 결과물로 개헌이 나오는 것”이라며 “당위만 앞세워 해치울 일은 아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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