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탄소라도 빨리 배출하면 더 덥다”

2026-05-10 17:18:48 게재

건국대 연구팀, 폭염 위험 경고

탄소 배출 총량이 같더라도 배출 속도에 따라 폭염 위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수준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 조건에서도 탄소가 단기간에 집중 배출될 경우 육지 온난화와 극한 폭염 노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국대학교 박인홍 교수 연구팀은 이화여대·호주 멜버른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탄소 배출 속도에 따른 지역별 기후위험 차이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예측에 활용되는 ‘CMIP6 지구시스템모델’ 29개를 이용해 동일한 탄소 배출량에 도달하는 두 경로를 비교했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단기간에 빠르게 배출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두 시나리오는 누적 탄소 배출량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육지 지역의 온난화 강도와 폭염 노출 범위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탄소를 빠르게 배출하는 경로에서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구분한 46개 육상 권역 가운데 37개 지역에서 최고기온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전체 육지 평균 최고기온 상승폭도 빠른 배출 경로에서 더 높게 분석됐다.

극한 폭염에 노출되는 면적 역시 확대됐다. 빠른 배출 경로에서는 전 세계 육지의 35.7%가 극한 폭염 위험에 노출된 반면, 느린 경로는 31.7%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차이가 해양의 열 흡수 속도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 배출이 천천히 진행되면 바다가 장기간 열을 흡수해 온난화를 일부 완충할 수 있지만, 탄소가 단기간에 집중 배출되면 심층 해양이 열을 충분히 흡수하기 전에 더 많은 열이 육지와 대기에 남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북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일부 지역처럼 폭염 취약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배출 속도에 따른 기후위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기후정책이 주로 탄소 총량과 평균기온 상승폭 중심으로 논의돼 왔던 데서 나아가, 감축 시점과 속도 자체도 중요한 정책 변수라는 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교수는 “같은 탄소예산 안에서도 배출이 빠르게 진행되면 해양이 열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육지와 대기의 온난화가 더 강해질 수 있다”며 “탄소중립 정책은 얼마나 줄일 것인가뿐 아니라 어떤 속도와 경로로 줄여 나갈 것인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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