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의 시니어 활용 고도화 정책

2026-05-11 13:00:00 게재

일본기업이 시니어 고용제도의 고도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히타치제작소는 4월 60세 정년 후 재고용한 시니어 사원에게 현역 직원과 같은 직무급 보수제도를 적용해 실질적으로 급여를 올리는 인사개혁을 단행했다. 히타치의 고용개혁은 일본기업의 전반적인 시니어 활용 고도화 전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시니어 고용제도는 원칙적으로 희망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하는 의무가 있고 또 70세까지의 고용기회를 제공할 것도 노력 의무로 규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정년연장, 계속 고용제도의 도입, 정년제의 폐지 중에서 선택하여 고용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심각한 노동력 부족의 일본, 정년 관련 제도 바꾸기 시작

그동안 일본기업은 정년 연장보다 60세가 된 근로자를 형식상 퇴직 처리하고 다시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대폭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 2018년의 경우 정년 연령 인상에 나선 기업은 19.4%에 불과하고 계속고용제도를 채택한 기업은 77.9%였다. 하지만 2025년의 경우 정년 연령 인상 기업이 31%로 높아지고, 계속고용제도 채택 기업은 65.1%로 감소했다.

일본기업으로서는 정년연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시니어에게 지불 해야 할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계속 고용제도를 선호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각종 조사에서 50대 후반과 60대 초반의 임금 격차는 20~3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건강수명 연장과 함께 59세 근로자와 60세 근로자 사이에 생산성 격차가 20~30%나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시니어 근로자로서는 연령으로 인한 대폭적인 임금삭감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심각한 노동력 부족으로 일본기업들은 시니어 인력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어서 일률적인 임금 감축 관행을 바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 의욕을 고취하면서 이들을 십분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기업으로서는 시니어에게 의존해야 할 것이면 제대로 평가해서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의 임금체계에는 아직 호봉제가 자리잡고 있고 연령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관행 때문에 시니어의 활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일본기업은 시니어 근로자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개혁하고 직책에 따라 임금을 차별화하는 직무급 고용제도로의 이행에 주력하고 있다. 히타치의 시니어 고용제도 개혁도 이 직무급 고용제도로의 혁신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60세 이상 근로자도 현역과 경쟁하면서 공모된 직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조직도 맡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한국도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정책적 노력 필요

한국에서도 초고령 사회에 대응한 시니어 인재를 잘 활용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핵심은 ‘정년연장’만이 아니라, 임금·직무체계 재설계, 경험 전수 구조, 각 세대 혼합 팀 운영 노하우 고도화, 유연한 고용 형태 등 새로운 인사 및 조직 전략에 주력하는 것이다.

시니어를 조직의 기술·문화 자산으로 재정의하면서 연령과 상관없이 인재를 평가하고 재교육·리스킬링 기회도 제공해 기존의 지식이나 노하우와 결합하여 성과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중요할 것이다.

수명연장과 함께 정년이 연장되어야 근로자의 충성도를 유지해 해외 기술 유출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연령과 관계없이 근로자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인사개혁과 함께 정년연장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