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산재감독…현장 “수사역량 부족”
국회입법조사처 감독현장 점검 결과…“숙련·교육체계 확대 속도 못 따라가”
반복되는 중대재해와 산업안전 감독 실효성 논란 속에 정부가 근로감독관을 대규모 증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교육·훈련과 수사 역량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간 인력 확대가 이뤄졌지만 현장 숙련 체계와 전문성 강화 시스템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0일 발간한 ‘근로감독관 감독현장 방문 및 근로감독관과의 대화’ 보고서에서 “근로감독 행정이 실효성 있는 산업재해 예방 체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력 확충을 넘어 감독·수사·지도 기능의 전문성과 체계적 교육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 감축과 현장 중심 감독체계 강화를 주문한 뒤 산업안전감독관 300명을 긴급 증원했고, 직제 개정을 통해 근로감독관 700명을 추가 충원했다. 모두 1000명이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1000명을 추가 증원하고 감독 대상 사업장도 2024년 5만4000곳에서 2027년 14만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체 사업장 대비 감독 비율도 현재 2%대에서 7%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감독 인력 확대는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와 감독체계 한계 지적이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건설현장 추락사고와 제조업 끼임사고, 아리셀 화재 참사 등 대형 산업재해가 이어지면서 현장 감독 강화 요구가 커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업 사고사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독 확대 효과 일부 나타나 = 정부는 감독 확대 효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전년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제조업에서는 대전 안전공업 화재 사고 등의 영향으로 사망자가 오히려 증가해 현장 대응 역량 강화 필요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산업 구조 변화 속도가 감독체계 정비보다 더 빠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산업현장은 다단계 하청 구조와 외국인 노동자 증가, 플랫폼 기반 단기노동 확산 등으로 위험 구조가 복잡해지고 있다. 건설업과 제조업뿐 아니라 물류·배달·플랫폼 노동 영역까지 감독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감독 인력과 전문성 모두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근로감독관은 산업안전 점검뿐 아니라 산업재해 발생 시 특별사법경찰 자격으로 형사수사까지 수행한다. 감독 기능과 사법경찰 기능을 동시에 맡는 구조다. 현장에서는 제한된 인력으로 다수 사업장 감독과 산재 수사를 병행하면서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감독관 1명이 많은 사업장을 담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순 현장 점검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수사와 민원 처리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감독 인력은 늘었지만 숙련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 투입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험 부족 해결도 숙제 =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근로감독관의 약 60%가 경력 5년 미만으로 파악됐다. 반면 10년 이상 경력자는 10%대 수준에 머물렀다. 대규모 증원 과정에서 현장 수사와 감독 경험을 갖춘 숙련 인력 부족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방문한 경기 수원영통도서관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신입·경력 감독관 2인 1조 방식으로 안전규정 준수 여부와 서류 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감독 체계가 운영됐다. 안전망 정비와 난간 고정, 비계 설치 적정성 등에 대한 현장 지도도 병행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단순 감독뿐 아니라 수사·행정·민원 대응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구조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단기간 대규모 충원으로 현장 경험이 부족한 신입 인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숙련 체계가 인력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입 근로감독관들은 현장형 실습 교육이 실제 업무 적응에는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지만 제조업·건설업 중심 교육으로 다른 업종 감독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멘토-멘티 제도 역시 과중한 업무 속에 운영되면서 형식화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장에서는 “신입이 신입을 가르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산업안전·근로기준 분야 전문성과 달리 형사 절차와 수사 경험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됐다. 한 근로감독관은 간담회에서 “산업안전 분야 전문성은 있지만 형사 절차 경험은 부족해 실제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경찰학교 파견 교육과 실습형 교육 확대 등을 추진하며 수사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노동감독관 수사학교 도입 방안과 현장형 교육 강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 교육기관 필요성 제기 = 근로감독관 교육을 전담할 별도 기관 필요성도 제기됐다. 경찰은 중앙경찰학교, 검찰은 법무연수원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근로감독관은 아직 독립된 전문 교육기관이 없는 상태다. 현장에서는 대규모 인력 확대 속도에 비해 교육 인프라 구축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노동감독관 제도 도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지역별 감독 역량 편차 가능성도 향후 과제로 거론된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력 증원보다 현장 숙련 체계와 전문 수사역량을 갖춘 감독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감독 인력 확대가 실제 산업재해 예방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문 수사역량과 현장형 교육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