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역사적 의미 ‘문화예술’로 재해석
강북구 연극인·청년예술인 함께 ‘연극제’
시민참여형으로 꾸민 ‘국민문화제 2026’
“이런 공간, 이런 연극제가 있다는 걸 잘 몰랐어요. 배우와 인연이 있어 지하철을 세번 갈아타고 왔는데 생각보다 좋고 준비를 잘한 것 같습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문화예술회관 소나무홀. 멀리 강서구에서 지하철을 세차례나 갈아타고 왔다는 40대 이 모씨. 직전에 ‘투표함에 빠져 허우적대던 우리는 보았을까-안티고네 1960’을 관람하고 나온 참이다. 그는 “4.19 이야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악의 평범성’을 느끼게 됐다”며 “내년에는 내용을 미리 살펴보고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12일 강북구에 따르면 지난달 10~19일에 선보인 ‘4.19혁명국민문화제 2026’이 지난 9일 ‘2026 4.19연극제’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구는 특히 공연 전시 체험이 결합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기념행사 중심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문화축제로 꾸며 호응을 얻었다. 자유 민주 정의 평화의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그 가치를 문화예술로 나눈다는 취지다. 지역 예술인과 함께하면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4.19혁명의 의미를 접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연극제가 대표적이다. ‘투표함에 빠져…’를 비롯해 강북청년연극프로젝트 ‘4월로 걷는 사람들’, 강북연극협회가 준비한 ‘그린을 기다리며’ 등 총 4개 작품으로 지난달 10일부터 한달간 시민들과 만났다. 박꽃비 강북문화재단 공연전시팀장은 “2017년 재단 출범 이후 지역 문화 자산과 가능성, 예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며 “월 1회 진행하는 지역예술인 조찬모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난해 연극제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동시에 세대간 소통을 꾀한다는 취지였다. 그는 “예술인들도 연극제를 계기로 4.19를 더 잘 알게 됐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유명 배우와 연출자, 청년 연극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이 크게 한몫했다. 강북청년연극포럼 일원인 손진영 연출은 지난해부터 ‘4월로 걷는 사람들’로 연극제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솔밭공원에서 4.19민주묘역까지 걸으며 야외 공연을 했는데 참여자 30명 모집에 대기와 대대기까지 있을 정도로 주민들 열의가 높았다”며 “통장님들이 자원봉사자로 동참해 안전을 챙겼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투표함에…’로 관객들과 만난 김용광 연출도 강북구에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주민이다. 김 연출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떤 것들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는데 관객들이 충분히 알아준 것 같다”며 “보물같은 예술인을 많이 품은 강북구가 4.19연극제를 계기로 예술의 도시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북구는 연극제 외에도 올해 국민문화제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전야제때는 강북구청사거리부터 광산사거리까지 거리 일대가 대규모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남창동 줄타기 공연과 전통 탈춤 길놀이, 진혼무에 이어 강북구립연합합창단이 준비한 ‘4.19의 노래’ 합창과 ‘락(樂)뮤직페스티벌’이 잇달아 선보였다. ‘전국 4.19합창대회’와 ‘1960 거리재현 경연대회’는 전국 단위로 참가자를 공모했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했다. 전야제 행사장 체험관과 4.19혁명 기록물 전시, 시민낙서장(초크아트) 등이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4.19혁명 정신은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달돼야 할 우리의 책임”이라며 “그 가치가 세대를 넘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