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소병원 간호사 ‘번아웃’ 가속
일부 지방병원 간호사 노동강도 ‘서울의 10배’ … “활동 간호사 지역 정착 방안 필요”
일부 지방병원 간호사의 노동강도가 서울의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 근무자의 번아웃이 지속돼 지역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진의 부족은 의료서비스 수준을 떨어뜨리고 의료사고의 주요 요인이 된다. 지역별 활동 간호사 편차도 심해 이들의 지역 정착을 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대한간호협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5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간호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기관당 평균 간호사 수는 125.1명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신경림 간호협회 회장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간 간호사 인력 불균형은 단순한 채용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의료체계 유지와 직결된 문제”라며 “지역 간호사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인센티브와 근무 환경 개선 등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집계에 따르면 지역 격차가 뚜렷했다. 서울지역 의료기관당 평균 간호사 수는 191.6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주(173.5명) 세종(167.8명)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남은 73.41명에 그쳤다. 광주(85.69명) 경남(89.07명) 충북(94.43명) 등 상당수 비수도권지역에서 그 수가 평균을 밑돌았다.
병상 규모별로 보면 그 격차는 더욱 심했다. 서울 소재 5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기관당 평균 간호사 수는 1651.5명에 이르렀다. 반면 전국 1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은 평균 20명 안팎에 머물렀다.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 수를 실제 현장 노동강도로 환산할 경우 격차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의 노동강도를 1로 봤을 때 일부 지방 중소병원은 통계상 10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격차가 단순 수치 차이를 넘어 간호사의 육체적·정신적 소진과 환자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전북특별자치도 내 100병상 미만 의료기관의 기관당 평균 간호사 수는 11.3명에 불과했다. 이를 실제 교대 운영 인력으로 환산하면 한 근무 시간대에 병원 전체를 담당하는 간호사는 3~4명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연차 경조사 교육 병가 등에 따른 공백까지 고려하면 현장에서는 간호사 1명이 여러 병동 업무를 동시에 감당하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별 의료 인력 격차는 의사 대비 간호사 비율에서도 확인됐다. 서울의 의사 1인당 간호사 수는 3.38명이다.
반면 경북은 5.98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북 지역 간호사들이 서울보다 의사 1인이 발생시키는 처방·협업 수요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당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100병상 이상 200병상 미만 의료기관에서 의사 대비 간호사 수가 8.25명까지 높아졌다. 현장에서는 “통계 수치보다 실제 체감 노동강도는 훨씬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간호협회는 수도권 대형병원의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수준과 근무 환경을 간호사 인력 쏠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신규 간호사들이 대형병원으로 집중되면서 지방 병원은 신규 채용난과 기존 인력 유출이 동시에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호협회는 “간호법 시행으로 간호사에게 진료지원 업무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적정 인력 기준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함께 마련해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활동간호의 지역별 불균형도 지적한다. 정부가 그간 간호대 입학정원을 꾸준히 확대해 왔음에도 신규 인력이 수도권 대형병원 위주로 쏠리면서 지역의료공백은 되레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정책 방향을 면허자 확대에서 ‘활동인력의 지역 정착’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역간호사제의 실효성 있는 설계 △의료취약지 병원에 대한 수가 가산 확대 △임금 격차 완화 및 주거 교육 등 정주 여건 개선 등이 제시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