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금리 인하론’ 출발부터 역풍
중동전쟁발 유가 급등에 금리 인하론 흔들 … 연준 첫 과제는 인플레이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상원은 13일(현지시간) 워시 인준안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 53명에 민주당의 존 페터먼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워시는 다음 주 파월 의장으로부터 연준 지휘봉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는 취임 전 보유 자산 1억3000만달러 이상 가운데 상당 부분을 매각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통화정책 환경이다. 워시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기업 생산성 개선이 물가를 낮추고 금리 인하 여지를 만들 수 있다는 쪽에 가까운 인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최근 물가 지표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FT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6% 올라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3월 4.3%, 중동 전쟁 전인 2월 3.4%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물가 상승의 중심에는 에너지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세계 원유 공급의 5분의1이 지나는 길목이 막히면서 원유 가격이 뛰었고,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1달러, 경유 가격은 5.66달러까지 올랐다. 경유는 트럭 운송과 물류 전반에 쓰이기 때문에 에너지 충격은 식료품, 항공요금, 운송비 등으로 번질 수 있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브렛 라이언은 FT에 “당신이 사는 모든 것은 결국 어딘가에서 트럭에 실리게 된다. 그리고 그 트럭들은 대부분 경유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여름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채권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미 재무부는 13일 250억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를 발행했는데, 낙찰 금리가 5.046%에 달했다. 미국 30년물 국채가 5%대 수익률로 발행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장기채는 물가 상승에 취약하다. 전쟁 이후 30년물 금리는 약 0.4% 올랐다.
콜럼비아 스레드니들의 채권운용역 에드 알후세이니는 “부채 조달 비용이 훨씬 더 비싸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워시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 어려운 이유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연준은 경기 둔화를 우려하면서도 금리를 낮추기보다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려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연준 내부에서도 분위기는 갈라지고 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기본 전망은 아니라고 했지만, “에너지 충격은 실물 활동과 물가 전망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시장도 달라졌다. 물가 지표 발표 뒤 시장은 2027년 4월까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80%로 반영했다. 이는 11일 56%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다.
워시에게는 정치적 부담도 작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FT는 워시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중앙은행을 이끌게 됐지만, 이란 전쟁의 후폭풍과 AI 투자 붐,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이 겹친 “매우 중대한 시점”에 취임한다고 전했다. 워시의 첫 과제는 금리를 얼마나 빨리 내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다시 살아난 물가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