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양형 AI’, 재판지원 AI와 별도 체계 운영

2026-05-14 13:00:47 게재

양형위 독립성 고려 … 대법원 “형 결정 개입 안해”

변호사들 “AI 형량, 기준점 될 수도 … 검증 필요”

사법부가 개발 중인 형사재판·양형 인공지능(AI)을 재판지원 AI와 분리해 별도 체계로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양형 AI를 형 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보조 시스템이라고 설명하지만, 법조계에서는 AI 형량 분석이 실제 재판의 기준점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전날 “양형 AI는 아직 개발 단계로 재판지원 AI와의 통합을 논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형위원회가 별도 독립기구인 만큼 양형 판단 지원 역시 재판지원 AI와는 다른 체계로 접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는 “재판지원 AI는 민사·형사·가사·행정·특허 등 다양한 재판 업무 지원을 위한 범용 AI 시스템으로 개발되고 있다”며 “양형 AI는 형사재판의 양형 관련 업무에 특화된 시스템으로 구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시스템은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시작되지 않았고 목적도 상이하다”며 “현 시점에서 통합 여부를 논의하기는 어렵고 향후 개발 완료 이후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양형 AI를 “형의 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보조적 지원 체계”라고 규정했다. 판결문과 양형기준, 유사사건 분석 결과 등을 종합 제공해 형사재판의 양형기준 적용을 지원하고, 양형 통계와 분석 정보를 통해 법관별 양형 편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 취지다.

양형 AI와 재판지원 AI는 처음부터 별개 체계로 기획됐다. 두 사업은 2023년 동시에 정보화전략계획(ISP) 사업 예산이 요청됐으며, 당시부터 대상 범위와 핵심 기능에서 차별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사법부는 양형 AI를 재판지원 AI와 별도의 플랫폼 사업으로 구체화했고, 법원행정처의 2026년도 양형 AI 예산은 65억원 규모로 반영됐다.

법조계에서는 양형 AI가 사법부 내부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실제 재판에서는 AI 분석 결과가 단순 참고자료를 넘어 실질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윤섭 대한변협 국공선변호사회 회장은 “수사기관이 AI로 유죄 프레임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상황에서 변호인측이 이에 상응하는 분석 도구를 갖추지 못한다면 무기대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며 “양형 AI의 산출 근거 역시 변호인에게 공개해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슬아 변호사(법무법인 대진)는 “양형 AI가 제시하는 유사 사건 통계나 형량 범위가 실무상 판단의 출발점처럼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AI 분석 결과와 다른 결론을 내릴 때 법관이 더 큰 설명 부담을 느끼게 된다면 단순 참고자료를 넘어 실질적 영향력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양형 AI 도입 논의의 핵심은 기술 개발보다 검증 가능한 절차를 마련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분석 결과가 실제 재판에 활용된다면 변호인 역시 그 판단 근거와 활용 과정을 확인하고 다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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