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대타협’보다 관계 관리

2026-05-15 13:00:02 게재

이란 공조 기대·대만 불확실성 공존 … 뉴욕증시 최고치 경신·유가 안정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 전면 충돌을 피하고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자리로 평가된다. 눈에 띄는 공동성명이나 대형 합의는 없었지만 시장은 양국이 적어도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 않겠다는 신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의미는 미중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정 부분 맞아떨어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과 증시 호조가 필요하다.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정상화와 국제유가 안정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시 주석 역시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미 관계 악화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출 환경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경쟁보다는 협력 메시지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국가들”이라고 말했고, 시 주석은 “양국은 적수가 아니라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국빈 만찬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는 함께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개월 만에 5만선을 회복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방중 동행과 중국 사업 확대 기대감에 큰 폭으로 상승했고, 인공지능(AI) 관련 종목 전반이 강세를 보였다. 국제유가도 미중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소식에 급등하지 않고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유지했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기대한 것은 중국의 대이란 영향력 행사였다. 백악관은 양국이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도울 수 있다면 돕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공식 발표에서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만 문제는 여전히 잠재적 충돌 요인으로 남았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양국이 충돌하거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반면 미국은 회담 직후에도 기존 대만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경제 현안에서도 구조적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상호 관세 인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 등 핵심 쟁점은 모두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국산 대두·에너지 수출 확대와 보잉 항공기 구매 계획은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수 있지만 양국 경제 관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정도의 조치는 아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대타협’보다 ‘위기 관리’에 방점이 찍혔다. 미중 양국은 서로를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충돌 비용이 너무 크다는 현실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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