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광풍에 미국 헤지펀드 최고 성과

2026-05-15 13:00:02 게재

26년 만의 최고 수익 거둬

반도체 비중 20%로 올려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도체와 관련 장비 업체 주가가 급등하면서 개별 종목에 집중한 헤지펀드들이 20여년 만에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스티브 코언의 포인트72, 웨일록 자산운용, 셀리그먼 자산운용 등이 대표적 수혜자다. 이들은 일찌감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하드웨어 기업 주식에 베팅했고, 4월 반도체 랠리가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 시간) 리서치 업체 피보털패스 집계를 인용해, 지난 4월 개별 종목 투자형 헤지펀드 수익률이 평균 6.5%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99년 12월 이후 2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중 기술주에 집중 투자하는 헤지펀드 지수는 10.3% 올라, 28년 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좋은 월간 성과를 냈다.

AI 코딩 도구와 AI 에이전트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컴퓨팅 자원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부터 샌디스크의 메모리칩까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플랫폼스, 아마존닷컴이 올해 계획한 6700억달러 규모의 자본 지출 상당 부분도 첨단 칩이 들어가는 데이터센터에 투입될 전망이다. 칩 가격은 오르고, 대형 고객사들은 공급업체와 더 긴 계약을 맺고 있다.

이 흐름 속에 상당수 반도체주는 올해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주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알렉스 사세르도트가 이끄는 웨일록의 상장 주식 포트폴리오는 4월 약 39%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 일본 키옥시아홀딩스 보유 주식이 펀드 성과를 견인했다. 사세르도트는 화요일 손(Sohn) 인베스트먼트 콘퍼런스에서 “AI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많은 컴퓨팅 자원을 요구하는 분야”라며 “우리는 하드웨어의 황금기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은 공급 부족 뒤 공급 과잉이 뒤따르는 경기 순환성이 강한 산업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노트북과 스마트폰 수요가 급증하며 반도체 주가가 뛰었지만, 이후 수요가 정상화되고 늘어난 생산능력이 남아돌면서 주가가 꺾인 경험도 있다.

포인트72의 대형 대표 펀드는 4월 약 4.5%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른 기술주 집중 펀드보다 상승폭은 작지만, 이 펀드로서는 5년여 만의 최고 월간 성과였다. AI 집중 헤지펀드, 포인트72 튜리온은 같은 기간 15% 올랐다. 셀리그먼 테크 스펙트럼 펀드는 약 20% 상승해 2001년 출범 이후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이 펀드의 상위 보유 종목에는 브로드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업체 블룸에너지가 포함됐다.

성과는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더 두드러진다. 이란과의 전쟁, 소비자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 축소에도 AI 거래가 악재를 압도한 것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반도체 순비중은 1년 전 5.5%에서 현재 20%로 높아져 최근 10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헤지펀드 상승 종목 수익의 거의 3분의 2는 AI 공급망 기업에서 나왔다. 5월에도 상승세는 이어져 지난 목요일까지 전 세계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은 약 1.4%를 기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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