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분당서울대병원, 자폐 원인 ‘유전자 조합’ 규명
5만건 유전체 분석 통해 자폐 연관성 확인
국내 연구팀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적 원인과 관련해 특정 유전자 조합의 영향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 연구팀은 특정 두 유전자에 희귀 변이가 동시에 존재할 경우 자폐와의 연관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 어려움과 반복 행동 등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가 단일 유전자 변이 중심으로 진행돼 상당수 환자의 유전적 원인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유럽계 자폐 가족 유전체 데이터 5만건 이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 유전자 쌍에 희귀 변이가 동시에 존재할 경우 자폐 연관성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변이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자폐 관련 유전자 조합을 새롭게 발굴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진 따르면 이들 유전자 쌍은 공통적으로 세포골격 형성과 관련이 깊었다. 세포골격은 신경세포 형태 유지와 세포 간 연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뇌 발달 과정 핵심 구조인 섬모 형성과도 관련된다.
연구팀은 고려대 의과대학 선웅 교수 연구팀과 공동 실험을 통해 두 유전자 기능을 동시에 억제할 경우 세포 표면 섬모 형성이 크게 감소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단일 유전자 변이보다 특정 유전자 조합이 뇌 발달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성별에 따라 영향 차이도 나타났다. 같은 유전자 변이가 동시에 존재하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자폐 증상 중증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자폐 유전적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안준용 교수는 “기존 분석에서 놓쳤던 유전 변이들이 특정 조합에서는 자폐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라며 “다른 복합질환 유전 원인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정 교수는 “같은 유전 변이라도 성별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맞춤형 진단 전략 개발의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