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에 감명받았죠”…10년째 광주 찾은 일본 노동인권단체
도쿄학습협회, 2017년부터 방문
우츠노미야 켄지 변호사 이끌어
5.18 정신, 일본 시민운동과 접목
“5.18 전야제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서 민주주의·평화·인권에 대한 절박함을 느꼈습니다. 인간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광주에 오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2017년부터 매년 5월이 되면 광주를 찾는 일본인들이 있다. 벌써 10년째다. 우츠노미야 켄지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도쿄노동자학습협회(회장 다카바타케 모토아키)’다.
이 단체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법률적 지식을 갖추고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돕고, 일본의 시민운동과 인권운동이 뿌리를 내리도록 지원하는 사회교육 단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노동인권 교육기관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이들이 매년 5월 광주를 찾는 것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일본과 달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인권·시민단체와 교류하기 위해서다.
올해에는 부마항쟁지인 부산을 거쳐 17일 광주에 도착했다. 협회 회원들은 이날 국립5.18민주묘지를 탐방하고 전야제에 참여하는 힘든 일정을 소화했다. 18일에는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정부 기념식에 참여한 뒤 전남대학교 민주주의 길을 탐방한다.
이 모임을 이끄는 우츠노미야 켄지(80) 변호사는 “한국은 스스로 인권을 지키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했다”며 “5.18민주화운동의 철학이나 사상을 배워 일본 시민운동에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매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협회 회원은 모두 17명이다. 오랫동안 노동조합에서 뼈가 굵은 활동가들도 포함돼 있지만, 젊은 도쿄노동자학습센터 한국어 강좌 수강생도 많다.
30대에서 80대까지 사회적 경험과 연령대가 다른 사람들이 섞여 있는 것은 광주 방문의 목적과 연관돼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인권운동에 관심이 없다”며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한국의 인권운동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이번 탐방의 목적 중 하나다”라고 말한다.
실제 협회 회원들은 한국을 방문하고 나면 강한 자극을 받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두번째 광주를 방문한 오쿠보 나츠미(39)씨는 “지난해 광주를 처음 방문하고 나서 45년 동안 이어온 5.18 정신이 2024년 겨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힘이라고 느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오쿠보 나츠미씨는 일본 노동자 전국조직인 전노련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다.
이번에 처음 참여한 가와카미 슈사쿠(77)씨는 도쿄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전형적 일본인이다. 그는 부친에 대해 “일제 식민지 시절 만주 철도국에서 근무해 조선 사람에 대한 차별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일본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해 5.18에 대해 일본의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까지 모두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거운 마음”이라고 소감을 털어놨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단체가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들과 교류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 회원들은 지난해에는 참여연대와 노무현시민센터를 방문했고, 올해에도 오는 19일 광주시민사회지원센터에 들러 대표들과 좌담회를 열 예정이다.
특히 최근 2년간은 5.18민주화운동 역사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송암동과 효천역 일대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해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우츠노미야 켄지(80) 변호사는 “요즘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응원봉을 들고 국회 앞에 젊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며 “한국의 시민운동 방식에서 여전히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이 단체는 내년에도 광주를 찾아 민주주의 역사를 배우고, 그 교훈을 일본 사회에 전하며 한국과 일본 시민사회가 서로 지지하고 연대하는 소중한 계기를 만들 계획이다.
홍범택 기자 durumi@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