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에서 투자촉진으로…다카이치, 아베와 차별화
일본 기업, 아베노믹스 이후 주주환원 적극 나서
사나에노믹스 핵심은 기업 성장 위한 투자 유도
일본 정부가 기업 투자촉진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기업이 주주환원 확대에 적극 나섰지만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일본 기업, 주주 배당 200조원 = 일본 기업의 주주환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26년3월 결산법인 2200개사를 집계한 결과, 이들 기업의 배당 총액은 20조8600억엔(약 20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대비 8% 증가한 규모로 10년 전에 비해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전기 대비 3%p 증가한 약 39%에 해당한다.
자사주 매입도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해 상장기업 자사주 매입 규모는 22조3250억엔(약 210조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5년 연속 증가세다. 대표적으로 도요타자동차는 도요타자동직기가 보유한 자사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방식을 활용했다. 도요타자동직기의 비상장화에 따라 이 회사가 보유한 약 9% 가량의 자사 주식을 4월 말 취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실적이 견조한 데다 기업이 주주를 중시하는 입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현금을 지나치게 쌓아두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비판도 배당 확대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스즈키 토모 와세다대학 교수에 따르면, 2024년 금융과 보험업을 제외한 일본 기업의 주주환원 규모는 2014년 대비 2.3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비해 종업원 임금과 복리후생비(14%), 설비투자(29%)는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더뎠다.
기업의 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설비를 단순히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중은 매출액 대비 약 31%로 2000년(15%) 대비 두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32%에서 25%로 7%p 감소했다.
특히 신제품 개발이나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비는 17%에서 14%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최근 일부 제조업의 연구개발비 투자가 소폭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요 제조업체 960개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3.7%로 4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반도체 관련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일본 기업은 연구개발비 비중이 정체된 반면 주주환원은 확대하고 있다”며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국가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경영 판단이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주주행동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인재 양성과 설비투자에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투자 촉진 위한 새 가이드라인 준비중 = 일본 금융청과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4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지침 개정안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 지침은 2015년 아베 정권 때 처음 나온 이후 5년마다 개정판을 내놓고 있다. 주로 상장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방침 등에 대한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기업과 주주가치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원칙주의’ 적용을 통한 기업의 자율적 판단과 행동을 기초로 적극적 투자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업의 내부유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유한 금융자산 등을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등으로 돌리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의 현금과 예금 등 단기 유동자산 선호는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총자산에서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6%를 웃돌아 미국과 유럽 등 기업에 비해 두배 가까운 수준이다. 일본생명보험협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기업은 여전히 자사의 유동성에 여유가 있다는 답변이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투자자의 80%는 여유가 있다고 했다.
신문은 “유사시를 대비해 유동성을 두텁게 보유하려는 기업과 기업가치 창출 측면에서 문제라고 보는 투자자 사이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이번 개혁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경제산업성은 올해 세제개편 요구안에 양자기술과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전략적 투자분야에 대한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제 우대 확대를 포함시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 지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선행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며 “기업이 조기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