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2위 도시 부산의 초조한 통합론

2026-05-20 13:00:03 게재

부산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대한민국 제2의 도시였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임시수도 역할을 했고, 최대 무역항이자 수출 전진기지로서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서울 다음은 부산이라는 말에 이견이 없었다.

이제 그 위상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서울에서 멀수록 순위가 밀린다’는 말이 이제는 도시에도 통하는 분위기다. 오는 7월 광주·전남특별시 체제가 출범하면 부산은 사실상 전국 3위 광역시로 밀려난다. 이미 경제력만 놓고 보면 인천에도 뒤진다. 지방선거 이후 대전·충남이나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까지 현실화되면 부산은 가만히 앉아서 4위, 5위 도시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행정통합이니 메가시티니 하는 논의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방선거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도 이런 초조함이 깔려 있다. 부산의 흔들리는 위상과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 실제 부울경은 생활권과 산업 구조 측면에서 이미 상당 부분 연결돼 있다. 수도권에 맞설 광역경제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부울경은 해방 이후 하나의 광역 행정권으로 묶여 있었던 지역이다. 필요에 따라 나뉘었지만 다시 생존을 위해 통합을 고민하는 지금의 모습은 지방소멸의 현실을 보여준다. 한편으론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단편이기도 하다.

도시 서열 자체가 본질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받아들여야 하는 부산 시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문제는 그 위기감 속에서 등장한 통합론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추진되고 있느냐다.

부울경 통합논의는 몇년 사이 특별연합과 경제동맹, 메가시티, 행정통합으로 이름만 계속 바뀌어 왔다.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2022년 출범 직전까지 갔던 특별연합은 지방선거 직후 무산되면서 불신의 상징이 됐다. 경제동맹은 개념을 알지 못하고, 행정통합이 등장했지만 울산 빠진 부산·경남만의 반쪽 논의가 됐다.

그나마 제대로 추진됐다면 모르겠지만 필요할 때 꺼내 들었다가 정치환경이 바뀌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뜬구름 정책’처럼 비쳐지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 때마다 통합을 외치지만 선거가 끝나면 또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냉소도 있다.

지금 행정통합에서 중요한 것은 거대한 비전보다 흔들리지 않는 태도와 실행력이다.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와 지방소멸 대응이 정말 목적이라면 선거 때마다 흔들리는 통합론이 아니라, 부울경을 함께 묶겠다는 초당적 정책 합의부터 내놓는 게 순서 아닐까. 누가 단체장이 되더라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약속 말이다. 부산 시민들이 견디기 힘든 것은 도시 순위 변화보다 선거 때마다 흔들리는 정치권의 변덕인지도 모른다.

곽재우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