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공학회 기고
'SW중심 자동차' 시대 디지털섀시 경쟁
자동차 산업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통합제어 패러다임 전환
기존 SDV 논의가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샤시 영역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제동, 조향, 현가는 독립적으로 개발되어 왔지만 전동화와 자율주행의 확산은 차량 거동을 통합적으로 정의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이 변화의 핵심은 통합 샤시 제어, 즉 ICC(Integrated Chassis Control)다. ICC는 차량의 종·횡·수직 거동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통합하고, 목표 거동을 기준으로 제동·조향·현가를 동시에 제어한다. 이는 ESC 기반 협조 제어를 넘어 샤시를 개별 기능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모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중국 OEM 가속 전략
중국 OEM들은 이 변화를 가장 빠르게 실용화하고 있다. 도메인 컨트롤러 기반 E/E 아키텍처 위에 통합 제어 로직을 적용하고, OTA를 통해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스마트 섀시’ 전략은 샤시를 소프트웨어 중심 경쟁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기능 안전과 검증을 최우선 으로 하며 점진적으로 진화를 추진해 온 기존 글로벌 OEM들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OEM-Tier1 역할 재정의
이러한 흐름 속에서 OEM이 통합 제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은 자연스럽다. 차량 아키텍처와 사용자 경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모든 영역을 OEM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제동, 조향, 현가에 대한 물리적 이해와 다양한 차종에서 검증된 양산 경험, 그리고 기능 안전 확보 역량은 오랜 기간 Tier-1이 축적해 온 핵심 자산이다.
따라서 국내 OEM과 Tier-1에게 중요한 과제는 역할을 단순히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장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정의하는 데 있다. 특히 차량 거동 안정화, 제어 경계 관리, 고장 시 열화 대응과 같은 영역은 Tier-1이 차별화를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통합 제어 소프트웨어와 아키텍처를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결국 SDV 시대 디지털 섀시 경쟁의 본질은 ‘누가 통합 제어를 수행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가장 신뢰도 높은 통합 제어 솔루션을 제공하느냐’에 있다.
중국 OEM의 빠른 실행력은 우리에게 위협이지만 동시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례다. 국내 OEM과 Tier-1에게 필요한 것은 주도권 경쟁이 아니라 역할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협업 구조를 재설계하는 전략적 전환이다.
허재웅 현대모비스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