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맞춤'

2026-05-20 13:00:02 게재

장애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증상의 강도와 악화 속도, 약물과 식이에 대한 반응, 수면 패턴, 응급상황의 전조 증상까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아이의 반응과 변화를 가장 오래, 가장 밀도 있게 지켜보고 축적해 온 사람은 결국 부모이다. 그래서 부모의 경험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통합돌봄의 중요한 데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AI는 이러한 경험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개인별 반응과 변화 패턴을 학습해 지속가능한 통합돌봄을 구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활동지원사 매칭, 개별화교육계획, 의료기관 연계, 긴급돌봄 과정에서 당사자의 특성과 필요한 지원이 함께 공유된다면 부모가 기관이 바뀔 때마다 같은 설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정보 보호와 당사자 동의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지만, AI 기록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장애인의 특성과 건강 상태, 의사소통 방식, 위기 대처법 등을 하나의 돌봄 기록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뇌전증과 AI 데이터 기반 의료체계

특히 뇌전증은 발작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영상을 찍으려는 순간 이미 발작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희귀난치성 질환이 늘어나면서 기존 기준만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뇌파도 나타나고 있다. 24시간 뇌파와 행동 데이터를 기록하고 국내외 사례를 함께 비교할 수 있다면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같은 기반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가 가능해질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도전적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행동이 의료적 문제인지, 환경적 문제인지, 감각 문제인지, 정서적 어려움인지 현장에서 바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AI를 통해 행동과 건강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건강관리와 정서지원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통합돌봄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활동지원사 제도이다. 현장에서는 수요와 공급 차이가 크고, 도전적 행동이 있거나 체격이 큰 발달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사 매칭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결국 부모는 돌봄 공백 앞에서 매일 불안할 수밖에 없다.

보다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도 필요하다. 생체인식 기능과 AI 기반 기록 시스템 등을 통해 서비스 제공 기록이 보다 정확하게 관리된다면 부모와 활동지원사 모두 서로를 더 신뢰할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감시가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또한 돌봄 인력의 고령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AI 기반 돌봄 보조기술과 이동·안전 보조 시스템은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신체적 부담을 함께 덜어주기 위한 방향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장애인과 가족들은 여전히 정보 접근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지역에 ‘oo구형 복지ChatGPT’ 같은 시스템이 만들어져 의료·복지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 부모와 당사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마다 AI기반 장애인 정보체계 갖춰야

장애인도 자기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다. 장애인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말하고 싶다. “장애인도 우리와 같은, 자기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최지연

제주특별자치도

뇌전증환우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