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상공인·중소기업정책 ‘다름’이 중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어려운 기업, 도와줘야 할 기업 등등이 떠오를 듯 하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발표하는 공약이나 대책을 보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게 맞는가 싶다가도 어려운 기업 도와준다는 데 딱히 문제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
과거 사업체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어 ‘9988’이라고 불리웠 듯,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중추이자 많은 국민이 생계를 영위하는 중요한 곳이다. 우리 헌법이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국가의 의무로 부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각기 다른 수많은 경제주체를 소상공인·중소기업이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퉁’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다. 예를들어 업종별 인원 기준만 맞으면 동네 슈퍼마켓이나 반도체를 설계하는 스타트업 모두 소상공인이다. OEM 방식으로 식료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나 전국 단위의 프랜차이즈 본사도 업종별 매출액을 충족하면 같은 중소기업이다.
돈 버는 것도 천차만별이다. 한국은행이 약 96만개 기업을 분석한 ‘2024년 기업경영 분석’을 보면, 상위 25% 중소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8% 보다 높은 반면, 하위 25% 중소기업은 –7.8%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이지만 하나로 볼 수 없는 양극화가 분명하게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도 다르지 않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기준으로,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베이커리·카페·패스트푸드 업종의 매출액은 증가한 반면, 분식·한식·양식·일식 업종은 감소하였다. 외식업 영위 소상공인이라는 명칭은 동일할지라도, 세부 업종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 것이다.
이렇듯 다른데, 소상공인·중소기업을 하나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정부가 일률적인 접근에서 탈피하여 규모별·업종별·성장유형별로 다름을 반영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기조에 맞추어 다름을 반영하기 위한 추가적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개별 소상공인·중소기업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나 정책 수요를 직접 제시할 수 있는 통로를 보다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의 의미는 물론 자칫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수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소상공인·중소기업 전체의 의견으로 포장되어 정책화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신규 기업의 참여를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특정 그룹만 장기간 혜택을 보는 정책이 있는 지, 변화가 아닌 현상 유지만 돕는 정책이 있는 지 등 현행 소상공인·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재설계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획일화가 가치를 갖던 ‘패스트 팔로어’ 시대를 지나, 다름이 가치를 갖는 ‘퍼스트 무버’ 시대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 다름을 반영하고 이를 보다 공고히 하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정책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해 본다.
변태섭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