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모리의 사각지대 ‘차량용 반도체’

2026-05-26 13:00:02 게재

차량용메모리 수요급증

국내기업 점유율 20% 미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핵심 성장축으로 떠오르면서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들도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해외 기업에 뒤처지며 경쟁력 약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6일 발표한 ‘K-메모리의 사각지대, 차량용 반도체’ 보고서에서 차량용 메모리 시장이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확산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용 메모리 시장 규모는 2025년 73억9000만달러에서 2030년 125억달러로 확대되며 연평균 11.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성장률(7.8%)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따라 차량당 메모리 탑재량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로보택시에는 일반 차량 대비 20~30배 수준인 200GB 이상의 D램이 탑재되고 있으며, 일반 차량의 평균 메모리 용량도 2024년 90GB에서 2030년에는 4TB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AI 시장 성장으로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서버용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차량용 메모리가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차량용 D램 가격이 전년 대비 70~100% 상승하고 재고 부족에 따른 공급난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의 차량용 메모리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도 과제로 꼽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 시장에서 65.8%, 낸드 시장에서 51.3%를 점유하고 있지만 차량용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19.8%에 그쳤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은 차량용 메모리 시장의 51.7%를 차지하며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이 AI 서버·모바일 중심의 고성능·고용량 전략에 집중한 반면 마이크론은 1990년대부터 차량용 시장에 조기 진입해 장기 공급 체계와 신뢰성 인증, 자동차 기업 협력 구조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마이크론은 퀄컴 엔비디아 BMW 컨티넨탈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차량용 생태계를 확대해 왔다.

또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도 경쟁력 격차 확대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마이크론이 미국 반도체법 등을 통해 차량용 메모리 생산 공장에 63억달러 이상의 보조금과 최대 35%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장홍창 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의 AI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단순 부품 공급에 머무를 경우 해외 기업과의 기술·생태계 격차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 생태계 협력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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