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장기 국채금리, 주식시장 발목잡을까
주식 프리미엄 최저치로
AI가 이끄는 랠리에도
밸류에이션 부담 커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의 차이가 2000년대 초 이후 최저권으로 좁혀졌다고 보도했다. 이익수익률은 주가 대비 기업 이익을 수익률로 환산한 지표다. 쉽게 말해 주식이 비싼지, 채권과 비교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보는 잣대다. WSJ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전 3.96%에서 최근 4.57%까지 올랐다. 반면 주가가 오르면서 S&P500의 예상 이익수익률은 낮아졌고, 두 자산 간 보상 차이는 거의 없어졌다.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주식 투자자가 국채보다 더 큰 변동성과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다. 이 프리미엄이 낮아졌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안전한 국채와 비교해 주식에서 충분한 추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이 지표가 장기간 낮거나 마이너스였던 대표적 시기는 닷컴버블 붕괴 직후였다. 물론 이 지표 하나만으로 주가 하락을 예단할 수는 없다. 기업 이익이 빠르게 늘면 높은 밸류에이션도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식시장이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AI 투자가 생산성과 기업 이익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반도체주와 대형 기술주 랠리를 이끌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S&P500과 나스닥지수는 AI 낙관론에 힘입어 최근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했고, 골드만삭스도 강한 실적 전망을 반영해 올해 말 S&P500 목표치를 8000으로 높였다.
문제는 채권시장이 이미 다른 현실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졌다.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했고, 장기 국채금리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 동시에 뛰고 있다.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존 오서스는 이를 “느린 속도의 채권 교통사고”라고 표현했다. 그는 장기채 매도세가 특정 국가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 전반의 과도한 부채, 재정 규율 약화, 정치권의 해결 의지 부족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빈 브룩스도 비슷한 경고를 내놨다. 그는 영국 리즈 트러스 전 총리 시절처럼 국채금리가 뛰는 동시에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주요 10개국(G10)에서도 점점 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래 금리가 오르면 해당 통화가 강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투자자가 그 나라 자산 전체를 피하기 시작하면 금리 상승과 통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난다. 브룩스는 일본이 이미 2년 가까이 이런 흐름을 겪고 있고, 미국도 2025년 관세 충격 이후 유사한 신뢰 위기를 경험했다고 봤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두 가지 조건이 중요하다. 첫째, 기업 이익이 지금의 높은 주가를 정당화할 만큼 계속 늘어야 한다. 둘째, 금리가 더 오르지 않아야 한다. WSJ가 인용한 제프 부크바인더 LPL파이낸셜 수석 주식전략가는 유가를 “진실의 차트”라고 부르며, 늦여름에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머물면 주식시장 계산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의 미국 증시는 채권시장의 경고와 AI 낙관론 사이에 서 있다. AI가 실제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유가와 금리가 안정된다면 주식시장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채권금리 상승이 더 빨라지고 인플레이션 불안이 이어진다면, 안전한 국채와 비교한 주식의 매력은 더 약해진다. 채권시장의 사고가 아직은 느린 속도로 진행 중이지만, 속도가 붙는 순간 주식시장도 더 이상 비켜서기 어려울 수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